세계 각국에서 자국우선주의가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효력을 더하기 위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을 보유한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섭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해외 기업들이 각국 자금을 등에 업고 유로존 시장을 잠식하게 놔두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美, 일·네덜란드와 中 반도체 견제

美·日·네덜란드 정상 만나 中반도체 옥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및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만나 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관련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13일, 뤼터 총리는 오는 17일 백악관을 방문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첨단 반도체 및 관련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미 기업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제조장비를 판매하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중국에 판매할 첨단 칩을 미국산 장비로 제조하려면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중국의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 기술 발전을 늦추려는 시도다.

이 규제가 실효성을 지니려면 일본과 네덜란드의 협조가 필요하다. 세계 4대 반도체 장비업체에는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외에 일본의 도쿄일렉트론, 네덜란드 ASML 등이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가 동참하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 블룸버그는 “두 나라가 대중 수출 통제에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이 두 나라의 규제 도입으로 즉각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는 기술 관련 협정이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3국이 완전한 동맹을 맺으면 최첨단 반도체 칩 생산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전면 봉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기업 규제 나선 EU

EU는 정부 보조금을 받은 해외 기업들의 EU 내 인수합병(M&A) 및 공공입찰 참여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기업 등이 자국 보조금을 무기로 EU의 공공·민간 자산을 공격적으로 흡수하면서 시장이 왜곡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역외보조금규정(FSR)이 발효돼 6개월 뒤인 7월 12일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 EU에서 활동하는 비EU 기업들이 일정 규모 이상의 M&A나 공공입찰에 참여할 때 자국 정부 또는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보조금 규모를 신고해야 한다. 과도한 보조금을 받으면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막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거래 전 3년간 5000만유로(약 670억원) 이상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매출 5억유로(약 6700억원) 이상 기업을 인수하려면 집행위에 신고해야 한다. 공공입찰의 경우 보조금 400만유로, 입찰 규모 2억5000만유로가 기준이다.

EU 집행위는 과도한 외국 보조금이 들어갔다고 의심되면 직권 조사도 할 수 있다. 신고 의무는 오는 10월부터 부과된다. 미신고 기업은 최대 연간 총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받을 수 있으며, M&A 및 공공입찰 참여도 제한될 수 있다. 집행위는 앞으로 수주 안에 구체적인 신고 방법 등을 담은 시행규칙 초안을 마련하고, 올해 중순 세부적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보조금 규제는 2021년 5월 초안이 공개될 당시 중국 기업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자국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급해 외국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도록 장려한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EU가 아니라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규정인 만큼 한국 산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