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에서 최근 한 신종 금융파생상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규제당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 온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월가는 "당국의 과도한 월권"이라며 맞서고 있다.

미국의 보험사 감독·규제기관인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는 16일(현지시간) "지난 1년여간의 조사를 토대로 신용평가사들이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신종 파생투자상품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앞으로는 우리가 직접 개별 상품의 위험성을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NAIC이 지적한 신종 금융상품은 펀드담보부증권(CFO)이다. 그동안 CFO의 신용등급을 평가해온 기관들은 피치, KBRA, S&P 글로벌 등이 대표적이다.

CFO는 사모펀드 운용사가 소유한 기업들의 지분을 모아 신용등급에 따라 재분류한 뒤 이를 담보로 발행한 자산담보부증권(ABS)의 일종이다. 펀드 운용사가 포트폴리오 기업의 지분을 완전히 매각하지 않은 채 지분 일부를 유동화함으로써 자금 경색을 해소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다. 2000년대 중반 처음 등장했던 CFO는 지난해 발행이 급증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미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줄어듦에 따라 펀드 운용사들이 CFO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CFO의 구조는 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미 월가의 부채담보부채무증권(CDO)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당시 미국은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주택담보대출이 무분별하게 늘어났다. 월가에서는 우량 모기지와 비우량(서브프라임) 모기지를 한데 섞은 CDO를 만들어 발행을 대폭 늘렸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포장된 CDO를 대거 사들였다가 모기지 디폴트(채무불이행)와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됐다.

문제는 CFO 발행 규모 등 시장 현황이 당국에 의해 정확히 추적,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모시장에서 거래되는 비상장기업들의 경우 지분에 대한 가치평가가 공모시장처럼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CDO보다 눈속임이 더욱 쉽다는 우려다. 부실이 터질 경우 미국 경제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NAIC는 "펀드 운용사들이 발행한 CFO를 사들이는 보험사들의 지급여력과 리스크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해 이윤을 창출한 운용사들은 조만간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KKR, 블랙스톤 등 글로벌 사모펀드 업계의 대표주자들이 CFO 발행에 대거 뛰어들었고, 최근 JP모건자산운용사도 CFO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투자운용업계는 "NAIC의 개입은 신종 상품을 개발하는 금융시장의 자율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