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우크라, 나토 가입 적절…러시아에도 기회줘야"
헨리 키신저(99) 전 미국 국무부 장관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또 서방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국제 체제에 다시 합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CNBC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전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며 "우리가 지금 보는 것(전쟁)과 정확히 같은 과정이 시작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이어 "우크라이나의 중립은 이 조건에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적절한 결과(appropriate outcome)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한창인 지난해 9월 30일 나토에 신속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회원국들은 아직 승인하지 않았다.

키신저 전 장관은 과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몇 달 사이 입장이 달라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정을 위해 러시아에 영토를 일부 양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비난받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또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면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의 영웅적인 행동에 대해 존경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러시아와 서방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러시아 자체에 맞서는 전쟁이 되지 않도록 하고, 러시아가 국제 체제에 다시 합류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대한 핵무장 국가의 불안정을 피하는 것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 도중에도 러시아와의 대화를 유지해야 한다"며 "이는 전쟁이 격화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