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 참석한 세계 석학들이 세계 경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올해 얕은 침체를 겪는 수준에서 바닥을 치고 내년부터는 반등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기 전망의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낙관론 잇따른 다보스

다보스서 울려퍼진 경기 낙관론…IMF "올해 바닥찍고 내년 반등"
전 미국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겨울철 유럽의 에너지 대란, 코로나19 변종, 배럴당 150달러를 넘는 유가 등 일어났을 법한 최악의 시나리오들이 전부 비켜가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이젠 조금 더 그럴듯해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 비관론을 펴면서 강경한 긴축을 주장했던 그가 경기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대니얼 핀토 JP모간 투자은행부문 대표는 세계 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화정책 정상화(긴축)를 경험했다”며 “이제 세계 경제는 우리가 기대한 것보다 훨씬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날 “독일 경제가 침체를 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경제연구소(ZEW)가 최근 발표한 독일의 1월 경기예측지수는 16.9로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학계와 재계 지도자들이 최근 세계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가 느슨해지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란 기대가 확실히 커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경제 활동을 재개한 중국이 세계 경기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도 컸다. 류허 중국 부총리는 이날 포럼 특별연설을 통해 “올해 중국 경제가 정상적인 성장세로 돌아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중국은 전면적 개방을 추진하고 개방의 수준과 질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앨런 조프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신속한 재개방에 따른 보복 지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IMF “성장률 안 낮출 것”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다보스포럼에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장밋빛 목소리가 확산하자 IMF도 경기 전망을 상향할 수 있다는 신호로 화답했다”고 보도했다.

지타 고피나스 IMF 제1부총재는 이날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올 하반기부터 내년에 이르기까지 개선(improvement)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FT는 ‘더 힘들다(tougher)’는 표현이 사용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고 평가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사진)도 이날 “올해 세계는 지난해 경제성장률(3.2%)보다 0.5%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우리의 예상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히 좋은 소식은 글로벌 경제가 올해 바닥을 찍은 뒤 내년엔 마침내 모두가 기대했던 반등세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으로선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IMF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2021년 10월 이후 세 차례 연속으로 하향 조정했다. 가장 최근인 작년 10월엔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제시했는데, 같은해 7월 전망치(2.9%)보다 0.2%포인트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달 말 발표될 수정치에서는 더 이상의 하향 조정은 없을 것이란 게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12일 IMF 워싱턴본부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언급을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가 직면한 세 가지 도전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높은 생활비로 인한 위기 △수십 년간 볼 수 없던 수준의 금리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세계는 공급의 안정을 더 현명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