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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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진을 벗지 못했던 목재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목재 선물 가격은 1000보드피트(목재계량 단위·bf)당 464.2달러로 전일 대비 5.3달러(1.15%) 올랐다. 전일 5.5% 오른 데 이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bf는 두께 1인치에 넓이 1제곱피트의 목재 단위다.

목재 가격이 bf당 450달러를 넘은 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목재 가격은 지난 13일 bf당 344달러로 약 2년 6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가 약 2주 만에 34.9% 뛰어올랐다.

목재 가격은 지난해 연간 67%가량 하락하며 ‘최악의 원자재’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심화되자 세계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인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초 3%대였던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1월 20년 만에 연 7%를 넘어섰다. 목재 가격도 지난해 3월 초 기록한 연중 최고치(1464.40달러)에서 연말 400달러선이 깨졌다.
목재 가격 반등 이어질까…美 주담대 금리 4개월만 최저 [원자재 포커스]
최근 분위기가 달라진 건 Fed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시장은 일주일 뒤 열리는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기준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에서 0.25%포인트로 줄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의에서 Fed가 금리 인상 중단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낮아졌다. 25일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는 지난주 미국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3주 연속 떨어졌으며 4개월 만의 최저치다. 모기지 금리가 낮아지자 지난주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신청 건수도 전주보다 7.0% 늘었다.

조엘 칸 MBA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구매 활동은 아직 미온적이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집값도 냉각되면 잠재적인 구매자들이 다시 시장으로 나올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 목재 가격이 뛸 여지도 있다. 지난해 내내 가격이 부진했던 탓에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는 “지난해 가격 하락과 수요 부진으로 북미 생산자들이 목재 생산을 줄여 재고가 저조한 상태”라며 “올해 봄과 초여름 건설 시즌에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이날 CNBC는 부동산 데이터기업 클레버의 교육플랫폼 설문조사를 토대로 미국에서 올해 집을 사려는 밀레니얼 세대(27~42세) 중 92%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중 59%는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더 아꼈고, 36%는 주택 구매에 예상보다 돈을 더 썼다. 28%는 주택 구매 계획을 미뤘고 25%는 계획보다 작은 집을 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