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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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등으로 '핵겨울(핵전쟁 발생 시 예상되는 저온현상)'이 닥칠 경우 이를 가장 잘 견뎌내 인류 문명의 재건을 도울 수 있는 나라로 호주와 뉴질랜드가 꼽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뉴질랜드 오타고대 연구팀은 핵전쟁·거대 화산 폭발·소행성 충돌 등으로 갑자기 햇빛이 줄어드는 대재앙이 닥쳐도 살아남을 것으로 보이는 국가들을 비교 분석해 학술지 '위험분석'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섬나라 38곳을 대상으로 식량 생산, 에너지자급도, 제조업 현황, 대재난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등 13가지 요소를 평가했다. 그 결과, 호주와 뉴질랜드를 비롯해 아이슬란드,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등의 생존 가능성이 높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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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핵전쟁으로부터 생존 가능성이 가장 큰 나라는 호주와 뉴질랜드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농업 생산이 활발한 국가인데다, 방사능 낙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북반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서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호주의 식량 생산 여력은 어마어마하다"면서 "자국 인구 외에도 수천만 명을 더 먹여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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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우수한 사회기반시설과 막대한 에너지 자원, 충분한 의료보장·국방예산 등도 호주의 강점으로 꼽혔다. 다만 핵전쟁 시 적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영국·미국과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오랫동안 비핵화 상태를 유지해 온 뉴질랜드가 이런 측면에서 호주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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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햇빛이 차단돼 갑자기 지구 온도가 떨어질 경우에도 사방을 둘러싼 대양이 갑작스러운 기온 저하를 막는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닉 윌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는 "뉴질랜드는 국민이 먹는 식량의 몇 배를 수출한다"며 "핵겨울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세계 곡물 생산량이 61% 줄어도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뉴질랜드의 취약한 안보를 약점으로 지적했다. 또 연료 정제 시설이 없다는 점과 농업 생산을 유지하는 데 필요 디젤, 살충제, 기계류 등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교역이 갑자기 막힐 경우 정도에 따라 사회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매트 보이드 박사는 "다른 섬나라들도 위기가 닥쳤을 때 충분한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도 "단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사회적 결집력이 붕괴할 경우 새로운 환경에서 버티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한편 연구진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 등은 핵겨울이 닥칠 경우 식량 생산이 9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