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작 지난주 스페인서 개봉…명예 고야상 수상 하루 앞두고 영면
스페인 거장 사우라 감독 별세…"마지막까지 영화 놓지 않았다"
스페인 대표 영화감독 카를로스 사우라가 10일(현지시간) 마드리드에서 영면에 들었다고 스페인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밝혔다.

향년 91세.
아카데미는 성명을 내어 "스페인 영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영화 제작자 중 한 사람이었던 사우라 감독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인 채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전했다.

영화를 향한 열정이 식은 적이 없는 사우라 감독의 최신작 '벽이 말한다'(Las paredes habla)가 지난주 스페인에서 개봉했을 만큼 마지막까지도 영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스페인 영화아카데미는 미국의 아카데미상 격인 스페인 고야상 시상식에서 사우라 감독에게 명예상을 수여할 예정이었으나, 사우라 감독이 시상을 하루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부 장관은 "영화 제작자이자, 사진작가자, 무대 디자이너였던 만능 예술가가 떠났다"며 각종 상을 휩쓴 사우라 감독의 별세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반세기에 걸쳐 5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든 사우라 감독은 1966년 독재 프랑코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영화 '사냥'으로 독일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으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상 행렬은 얼음에 박힌 박하'(1967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사촌 앙헬리카'(1974년 프랑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까마귀 기르기'(1976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로 이어졌다.

독재자 프랑코가 1975년 사망하고 나서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사우라 감독은 '질주'를 세상에 선보였고, 1981년 베를린영화제 최고 등급 상인 황금곰상을 거머쥐었다.

1980년대에는 정치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스페인 전통춤인 플라멩고로 관심의 초점이 옮겨져 '피의 결혼식'(1981), '카르멘'(1983), '마법사를 사랑하라'(1986) 등 3부작을 완성했다.

1932년 스페인 동북부 우에스카에서 태어난 사우라 감독은 사진작가로 일하다가 영화에 발을 들였다.

1960년 첫 장편영화 '부랑자들'로 데뷔하기 전까지 영화를 가르치기도 했다.

평생 세 번 결혼한 사우라 감독에게는 7명의 자녀가 있는데, 그중 1명은 연인 관계였던 배우이자 찰리 채플린의 딸인 제랄딘 채플린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