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석학의 경고 "AI 실업은 불가피…교육·경제 모두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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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석학 스튜어트 러셀 교수 단독인터뷰
100개국 이상 대학서 쓰이는 'AI 교과서' 저자
"농업 기계화가 실업 초래했듯 혼란 불가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일, 기계가 대체할것"
"답은 인간관계 서비스, 가치있는 일 찾아야
챗GPT로 쓴 시 끔찍해…스카이넷은 먼 얘기"
100개국 이상 대학서 쓰이는 'AI 교과서' 저자
"농업 기계화가 실업 초래했듯 혼란 불가피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일, 기계가 대체할것"
"답은 인간관계 서비스, 가치있는 일 찾아야
챗GPT로 쓴 시 끔찍해…스카이넷은 먼 얘기"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왜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할까요? AI 시대에 대비하려면 우리는 거의 모든 교육·경제 시스템을 바꿔야합니다"
AI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스튜어트 러셀(62) 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농업의 기계화는 98%에 달하던 농업 인구를 40%까지 줄여 엄청난 실업을 만들어냈듯 AI 혁명은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러셀 교수는 AI 시대 인간의 일은 '감정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감정과 공감에 기초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면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재편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음은 러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AI 시대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하나의 가설이지만,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면 왜 사람을 고용하려고 할까. 우리의 경제가 운영되는 방식을 생각하면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할 것이다.
우리는 설명하기도 힘든 완전히 새로운 경제를 상상해야 한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공상과학 소설가들이 '인간에게 여전히 남은 역할이 있는지' 내게 묻는다. 내 생각에 사람이 할 일은 없고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는 모습만 그려진다.
▶AI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프로그래밍이나 창작의 영역까지 담당할 수 있을까
-AI가 왜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챗GPT는 이미 90%의 개발자들보다 소프트웨어를 더 잘 만든다. AI 기술의 특징은 어떤 것이든 금방 배운다는 데 있다.
우리가 내연기관이 막 개발된 1880년대의 말이라고 생각해보자. (내연 기관은) 최대 시속이 6km에 10km를 갈 때마다 한 번씩 고장난다. 그러면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네"라고 생각해도 될까. 미국에 있던 말 80만 마리 중 78만 마리는 트럭으로 대체됐다. 먹이를 주고 축사를 지을 경제적 가치가 사라진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산업혁명은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늘리지 않았나
-많은 나라들이 농업을 기계화했거나 하고 있다. 그 결과 98%에 달하던 농업 인구는 40%로 줄었다. 엄청난 실업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일거리가 있는 도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극심한 가난을 겪었고 사회가 다시 균형을 찾는 데까지 40~50년이 걸렸다.
IBM과 같은 테크기업들은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하겠지만 결국은 AI가 그 일을 대체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일들은 AI 체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감정에 공감하는 일은 개인 간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가 기계보다 잘하는 일은 그러한 일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인간은 AI 시대에 어떤 일을 해야할까.
-우리는 거의 모든 교육과 경제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했으면 하는 일'이거나 '기계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 혹은 '인간이 상대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결국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서비스에 대한 일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보육과 같은 영역은 사람의 일로 남지 않을까. '점심 전문가'같은 직업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점심을 재밌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 말이다. 기계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돈을 내진 않을 것이다.
이는 인류에게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런 인간관계과 관련된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하고, 사람들이 정말로 가치있게 느끼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없는 과학적 기반을 다져야한다.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챗GPT가 시를 쓰는 시대다. 감정에 관한 일도 AI가 더 잘하지 않을까
-글쎄. 아내가 챗GPT로 만든 시를 발렌타인데이에 보내줬는데 아주 끔찍했다. 챗GPT에 대해 알면 알수록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를 잘 읽어보면 생각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의미가 없는 문장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스스로 의식을 가진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AI 분야 국제연구를 이끄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세계 100여개 국가의 주요대학에서 AI 교과서로 쓰이는『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을 썼다. 1986년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UC버클리 교수로 임명됐다.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AI 관련 주제는 100편이 넘는다. 현재는 자율무기의 위협, AI의 장기적 미래 및 인류와의 관계 등에 역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헤이그=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AI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스튜어트 러셀(62) UC버클리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1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농업의 기계화는 98%에 달하던 농업 인구를 40%까지 줄여 엄청난 실업을 만들어냈듯 AI 혁명은 엄청난 혼란을 불러올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러셀 교수는 AI 시대 인간의 일은 '감정 노동'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감정과 공감에 기초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려면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재편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다음은 러셀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AI 시대 인간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하나의 가설이지만, 기계가 사람의 일을 대신할 수 있다면 왜 사람을 고용하려고 할까. 우리의 경제가 운영되는 방식을 생각하면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할 것이다.
우리는 설명하기도 힘든 완전히 새로운 경제를 상상해야 한다. 수많은 경제학자와 공상과학 소설가들이 '인간에게 여전히 남은 역할이 있는지' 내게 묻는다. 내 생각에 사람이 할 일은 없고 오히려 문제만 일으키는 모습만 그려진다.
▶AI가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프로그래밍이나 창작의 영역까지 담당할 수 있을까
-AI가 왜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챗GPT는 이미 90%의 개발자들보다 소프트웨어를 더 잘 만든다. AI 기술의 특징은 어떤 것이든 금방 배운다는 데 있다.
우리가 내연기관이 막 개발된 1880년대의 말이라고 생각해보자. (내연 기관은) 최대 시속이 6km에 10km를 갈 때마다 한 번씩 고장난다. 그러면 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네"라고 생각해도 될까. 미국에 있던 말 80만 마리 중 78만 마리는 트럭으로 대체됐다. 먹이를 주고 축사를 지을 경제적 가치가 사라진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산업혁명은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보다는 늘리지 않았나
-많은 나라들이 농업을 기계화했거나 하고 있다. 그 결과 98%에 달하던 농업 인구는 40%로 줄었다. 엄청난 실업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일거리가 있는 도시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극심한 가난을 겪었고 사회가 다시 균형을 찾는 데까지 40~50년이 걸렸다.
IBM과 같은 테크기업들은 "인간과 기계의 협업이 이뤄질 것이다"고 말하겠지만 결국은 AI가 그 일을 대체할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일들은 AI 체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감정에 공감하는 일은 개인 간에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가 기계보다 잘하는 일은 그러한 일밖에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인간은 AI 시대에 어떤 일을 해야할까.
-우리는 거의 모든 교육과 경제 시스템을 바꿔야한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했으면 하는 일'이거나 '기계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일', 혹은 '인간이 상대적으로 더 잘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다. 결국에는 인간관계에 대한 서비스에 대한 일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
보육과 같은 영역은 사람의 일로 남지 않을까. '점심 전문가'같은 직업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점심을 재밌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 말이다. 기계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고 돈을 내진 않을 것이다.
이는 인류에게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이런 인간관계과 관련된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하고, 사람들이 정말로 가치있게 느끼는 일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없는 과학적 기반을 다져야한다.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
▶챗GPT가 시를 쓰는 시대다. 감정에 관한 일도 AI가 더 잘하지 않을까
-글쎄. 아내가 챗GPT로 만든 시를 발렌타인데이에 보내줬는데 아주 끔찍했다. 챗GPT에 대해 알면 알수록 회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를 잘 읽어보면 생각의 흐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 의미가 없는 문장이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스스로 의식을 가진 존재와는 거리가 멀다. ○스튜어트 러셀 교수는
AI 분야 국제연구를 이끄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세계 100여개 국가의 주요대학에서 AI 교과서로 쓰이는『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을 썼다. 1986년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UC버클리 교수로 임명됐다.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AI 관련 주제는 100편이 넘는다. 현재는 자율무기의 위협, AI의 장기적 미래 및 인류와의 관계 등에 역점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헤이그=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