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분기 배당금을 16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위기의 인텔…16년 만에 배당금 최소
인텔은 오는 6월 1일 지급할 분기 배당금을 주당 12.5센트(약 162원)로 줄인다고 2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최근 분기 배당금(주당 36.5센트)에서 65% 삭감된 액수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은 분기 배당금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992년부터 분기 배당금 지급을 시작한 이후 우리는 주주들에게 800억달러가량 환원해 왔다”며 “이번에 이사회는 2000년대 들어 처음으로 배당금을 줄이는 것을 두고 많이 고민했으며, 시간이 지나면 배당금을 다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인텔의 배당수익률은 5.6%에서 1.9%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S&P500 기업의 평균인 1.65%보다는 높다.

인텔의 배당금 삭감은 예상된 수순이라는 게 미국 월스트리트의 평가다. 인텔이 재무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전사적인 비용 절감을 이어오고 있어서다.

인텔은 2025년까지 최대 100억달러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고, 작년 말엔 직원 수천 명을 해고했다. 인텔이 지난해 판매 비용과 운영비 등에서 아낀 금액은 30억달러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인텔은 겔싱어 CEO의 기본급 25%를 깎았다. 임원과 선임 간부, 중간 간부도 5%, 10%, 5%씩 임금을 자진 삭감하기로 했다. 인텔은 “분기 배당금 축소는 장기적으로 최적의 기업 지위 구축과 가치 창출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를 통해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동안 인텔의 변신에 필요한 중요한 투자에 자금을 쓸 것”이라고 했다.

인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140억달러, 영업손실은 7억달러로 5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실적을 냈다. 작년 연간 매출은 전년보다 20%, 순이익은 60% 감소했다. 인텔 주가는 2021년 겔싱어가 CEO에 오른 뒤 고점 대비 60% 이상 빠졌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