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옆방에 있는데…" 日 아이돌 왕국 창시자 성학대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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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돌 산업 이끈 쟈니스 설립
생전 성폭행 의혹 불거졌지만…
생전 성폭행 의혹 불거졌지만…
일본 아이돌 왕국을 건설했다는 찬사를 받았던 쟈니 키타가와 쟈니스 사무소 대표가 생전에 10대 소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7일(현지 시각) BBC는 "미성년 성 착취 폭로에도 여전히 존경받는 일본 J-POP 거물, 쟈니 키타가와"라는 제목으로 쟈니가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쟈니스를 운영하면서 자행한 만행들을 소개했다.
쟈니스는 일본 국민 그룹 SMAP을 비롯해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보이그룹을 내놓고 있는 남자 아이돌 전문 연예 기획사다. 쟈니는 2019년 87세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쟈니스를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위 가수 배출, 가장 많은 1위 싱글 곡을 프로듀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콘서트 프로듀싱이라는 기록을 보유했다.
장례식에서는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가 참석했고, 쟈니스 소속 연예인뿐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아이돌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10대 소년들을 성추행하고, 잠자리를 갖는 등 성적 학대를 이어왔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쟈니스는 '주니어'라고 불리는 연습생 제도가 있는데, 쟈니의 결정이 내려져야만 비로소 정식 데뷔를 할 수 있다. 때문에 나이 어린 소년들이 쟈니의 성적인 학대를 거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야시(가명)는 BBC와 인터뷰에서 "만난 지 일주일 만에 쟈니의 자택 중 한곳에 머물도록 초대받았는데, 얼마 후 쟈니가 다가오더니 '가서 목욕하라'고 했다"며 "쟈니는 내가 인형인 것처럼 내 온몸을 씻겼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쟈니가 자신에게 구강성교했다고 전했다.
쟈니의 자택에 함께 거주하던 다른 소년들이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성공한 소년들은 쟈니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마워했다. 이게 일반적인 성범죄와 다른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하야시의 발언과 비슷한 폭로는 1999년에도 있었다. 중학생 때 쟈니스에 들어갔는데, 얼마 안 돼 성폭력이 시작됐다는 것. 당시 성폭행 피해자는 "쟈니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연예계에서 제 위치가 위태로워진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연습생의 집에서 성관계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 피해자는 "제 부모님은 저와 같은 방에 쟈니와의 잠자리를 마련해뒀다"며 "그날 밤 그는 구강성교했는데, 놀랍게도 부모님이 바로 옆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고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BBC는 여러 증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쟈니의 성추문이 크게 회자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과 쟈니스 제국의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쟈니스 소속 아이돌을 출연시켜야 언론사도 시청자, 독자, 청취자를 끌어들여 광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쟈니의 성폭행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던 언론사에 대한 보복으로 쟈니스는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했고, 1년 후에는 명예 훼손으로 고소했다. 법적 다툼은 4년 동안 이어졌는데, 재판부는 해당 매체에서 소개한 10건의 피해 사례 중 9건이 진실이라고 판단했다. 기각된 1건은 연습생들에게 술과 담배를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쟈니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쟈니스 소속 백댄서로 10년 동안 활동했던 류는 "제가 침실로 들어가니 쟈니가 '너무 바빴지? 마사지해주겠다'고 했고, 제 어깨를 붙잡은 손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며 "어느 순간 선을 넘는 느낌이 들어 '더는 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쟈니는 '미안해, 미안해'라고 하고 다른 방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쟈니를 싫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큰 은혜를 입었다"며 "제겐 (성추행이) 큰 문제가 아니었고, 아마도 제가 지금 웃으며 당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쟈니스 소속 연습생이었던 렌 역시 "만약 그런 (쟈니와의 성적인 접촉이) 일어난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며 "나는 유명해지길 꿈꿨기에 받아들였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쟈니 사후 쟈니스를 이끄는 조카 줄리 후지시마 사장은 "지난 2019년 전 대표가 사망한 이후 본사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시대에 맞는 매우 투명한 조직 구조를 구축하고자 전문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2023년 올해 새로운 회사 구조와 시스템을 발표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쟈니의 성적 학대 혐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대응은 피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7일(현지 시각) BBC는 "미성년 성 착취 폭로에도 여전히 존경받는 일본 J-POP 거물, 쟈니 키타가와"라는 제목으로 쟈니가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쟈니스를 운영하면서 자행한 만행들을 소개했다.
쟈니스는 일본 국민 그룹 SMAP을 비롯해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보이그룹을 내놓고 있는 남자 아이돌 전문 연예 기획사다. 쟈니는 2019년 87세 나이로 사망하기 전까지 쟈니스를 이끌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위 가수 배출, 가장 많은 1위 싱글 곡을 프로듀싱,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콘서트 프로듀싱이라는 기록을 보유했다.
장례식에서는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가 참석했고, 쟈니스 소속 연예인뿐 아니라 일본을 대표하는 유명인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아이돌 제왕으로 군림하면서 10대 소년들을 성추행하고, 잠자리를 갖는 등 성적 학대를 이어왔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쟈니스는 '주니어'라고 불리는 연습생 제도가 있는데, 쟈니의 결정이 내려져야만 비로소 정식 데뷔를 할 수 있다. 때문에 나이 어린 소년들이 쟈니의 성적인 학대를 거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하야시(가명)는 BBC와 인터뷰에서 "만난 지 일주일 만에 쟈니의 자택 중 한곳에 머물도록 초대받았는데, 얼마 후 쟈니가 다가오더니 '가서 목욕하라'고 했다"며 "쟈니는 내가 인형인 것처럼 내 온몸을 씻겼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쟈니가 자신에게 구강성교했다고 전했다.
쟈니의 자택에 함께 거주하던 다른 소년들이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하면서 "성공한 소년들은 쟈니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고마워했다. 이게 일반적인 성범죄와 다른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하야시의 발언과 비슷한 폭로는 1999년에도 있었다. 중학생 때 쟈니스에 들어갔는데, 얼마 안 돼 성폭력이 시작됐다는 것. 당시 성폭행 피해자는 "쟈니에게 복종하지 않으면 연예계에서 제 위치가 위태로워진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연습생의 집에서 성관계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한 피해자는 "제 부모님은 저와 같은 방에 쟈니와의 잠자리를 마련해뒀다"며 "그날 밤 그는 구강성교했는데, 놀랍게도 부모님이 바로 옆 방에서 주무시고 계셨다"고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BBC는 여러 증언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쟈니의 성추문이 크게 회자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일본 언론과 쟈니스 제국의 상호의존적 관계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쟈니스 소속 아이돌을 출연시켜야 언론사도 시청자, 독자, 청취자를 끌어들여 광고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쟈니의 성폭행 피해자들의 인터뷰를 보도했던 언론사에 대한 보복으로 쟈니스는 소속 연예인들에 대한 기사를 쓰지 못하도록 했고, 1년 후에는 명예 훼손으로 고소했다. 법적 다툼은 4년 동안 이어졌는데, 재판부는 해당 매체에서 소개한 10건의 피해 사례 중 9건이 진실이라고 판단했다. 기각된 1건은 연습생들에게 술과 담배를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쟈니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있다. 쟈니스 소속 백댄서로 10년 동안 활동했던 류는 "제가 침실로 들어가니 쟈니가 '너무 바빴지? 마사지해주겠다'고 했고, 제 어깨를 붙잡은 손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갔다"며 "어느 순간 선을 넘는 느낌이 들어 '더는 하지 말아달라'고 했고, 쟈니는 '미안해, 미안해'라고 하고 다른 방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쟈니를 싫어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큰 은혜를 입었다"며 "제겐 (성추행이) 큰 문제가 아니었고, 아마도 제가 지금 웃으며 당시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쟈니스 소속 연습생이었던 렌 역시 "만약 그런 (쟈니와의 성적인 접촉이) 일어난다면 성공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며 "나는 유명해지길 꿈꿨기에 받아들였을 것 같다"고 답했다.
한편 쟈니 사후 쟈니스를 이끄는 조카 줄리 후지시마 사장은 "지난 2019년 전 대표가 사망한 이후 본사는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시대에 맞는 매우 투명한 조직 구조를 구축하고자 전문가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2023년 올해 새로운 회사 구조와 시스템을 발표하고 시행할 계획"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쟈니의 성적 학대 혐의와 관련된 직접적인 대응은 피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