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가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를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CS는 UBS의 인수 제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당국은 협상이 불발될 경우 CS의 국유화까지 고려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UBS가 최대 10억달러에 CS 인수를 제안했다고 19일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UBS는 주당 0.25스위스프랑에 CS를 사들이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00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한 경우 거래를 무효로 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17일 취리히증시에서의 CS 종가(1.86스위스프랑)보다 현저히 낮다. CS의 시가총액은 17일 기준으로 약 80억달러다.

스위스 정부는 UBS의 CS 인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주주 투표를 건너뛸 수 있도록 규정도 변경할 방침이다. 주주 동의 절차를 얻기까지 통상적으로 6주가 걸리지만 스위스 정부는 법안을 수정해 거래가 즉시 성사될 수 있도록 법안을 변경한다.

FT에 따르면 인수 계약은 이날 저녁에 서명될 예정이었다. 다만 FT는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조건대로)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CS 주주들은 해당 제안에 대해 반발하면서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CS 주주들은 UBS가 10억달러에 인수한다는 방침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같은 날 관계자를 인용해 CS가 인수 제안에 반발했다며 “(UBS가 제안한) 인수 금액이 너무 ‘헐값’이라며 주주와 근로자의 이익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정부는 인수 협상이 불발될 경우 CS 전체 또는 특정 분야를 국유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스위스 정부 관계자들은 "UBS의 CS 인수가 실패할 경우 스위스 정부가 CS를 사들여 국유화하거나 상당 지분을 보유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다만 소식통은 "아시아 시장이 개장할 때까지 마무리하려고 하기 때문에 여전히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CS의 반발에도 UBS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이날 "UBS와의 협상에 돌입하기 전부터 CS는 이미 9000개의 일자리를 줄이는 과정에 있었다"며 "인수 전조 증상"이라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