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6년 막노동 필리핀 근로자, 고국서 부시장 됐다
6년간 한국에서 ‘막노동꾼’으로 일하다가 귀국한 필리핀 근로자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주인공은 필리핀 루손섬 남부에 있는 소르소곤주의 프리에토디아즈시에서 부시장으로 일하는 아본 도말라온 씨(44·사진)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2006년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았다. 6년간 경남 양산시와 전남 목포시, 부산 등지의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 등 궂은일을 하며 돈을 모았다.

귀국 후 도말라온 씨는 한국 사회를 보고 자신도 필리핀 사회를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2013년 프리에토디아즈시 시의원에 출마해 당선했고,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5월엔 부시장에 당선돼 현재 한국에서의 경험을 자국 발전에 쏟고 있다.

도말라온 부시장은 최근 한국산업인력공단 필리핀 고용허가제(EPS) 센터(센터장 김연홍)가 주최한 고용허가제 설명회 자리에서 자신의 성공사례를 발표했다.

도말라온 부시장은 발표에서 “나는 고용허가 대상 외국인 근로자(E-9)로 한국에 가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한국에서의 경험이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사람들은 아주 친절하고 매일 만나는 사람에게도 항상 존경심을 담아 반갑게 인사한다”며 “한국인은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필리핀 노동자를 비롯한 해외 노동자와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부시장직을 수행하면서 시민들을 차별하지 않고 존경심을 담아 친절하게 일하고 있다”며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준 대한민국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했다.

필리핀은 한국이 2004년 고용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인력 송출 첫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국가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