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로이터연합뉴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검색엔진에 인공지능(AI) 챗봇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먼저 검색엔진 '빙(Bing)'에 AI 챗봇을 탑재한 데 따른 구글의 이런 대응은 전통적인 검색 방식의 변화를 예고한다.

"AI 발전은 구글에 기회"

피차이는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AI 챗봇이 구글의 검색사업에 위협이라는 의견을 일축하면서 "AI 발전으로 구글의 검색어 대응 능력은 배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이전보다 기회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구글은 오랜 시간 동안 투자를 통해 대화방식으로 문답을 주고받을 수 있는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구글은 이런 기술을 주력 사업인 검색에는 적용하지는 않았다. 피차이는 이날 "사람들이 구글에 질문하고 그 대답에 기반해서 다시 질문하는 LLM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용자가 원래 쿼리(질문)에 대해 후속 질문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버전의 검색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달 "LLM을 검색엔진에 더 깊이 통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검색엔진에 챗봇 기능을 어떻게 도입할지에 대한 세부 계획은 없었다.
구글, 챗GPT, 빙 등 3월 방문 횟수.    자료 : 시밀러웹
구글, 챗GPT, 빙 등 3월 방문 횟수. 자료 : 시밀러웹
피차이의 이날 발언은 검색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 구글이 앞으로 검색엔진을 통해 사용자들이 직접 AI 챗봇과 상호작용하면서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검색시장은 검색어를 입력하고 그 다음에 검색 결과를 링크 형태로 보여주는 방식이 지배해왔다. AI 챗봇의 등장으로 이같은 전통적인 검색 방식이 일대 변화를 맞게 되는 셈이다.

딥마인드 등 AI부서 협업

구글의 이같은 변화는 후발주자인 MS의 거센 도전에서 촉발됐다. MS는 지난 2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AI 챗봇 기술을 검색엔진 빙에 탑재하며 검색시장의 선두주자 구글을 압박하고 나섰다. 검색시장에서 구글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의 압도적인 사업자다. 구글은 이를 기반으로 검색 광고를 통해 작년에 162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구글의 가장 큰 수익원이다. 구글에 비해서 미미한 MS의 빙은 검색시장 점유율을 1% 높일 때마다 20억달러의 매출을 추가로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밀러웹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방문자수는 구글이 753억회로 가장 많았고 오픈AI의 챗GPT가 16억회, 빙이 9억5700만회로 뒤를 이었다.
챗GPT
챗GPT
구글은 압도적인 사업자였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왔었다.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AI 챗봇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영향이 컸다. 지난달 구글이 AI 챗봇 '바드(Bard)'를 미국과 영국의 사용자들에게 먼저 제한적으로 공개했을 때도 검색 결과로 초안을 3개 버전으로 내놓은 것도 조심스러운 접근의 일부다. 틀릴 수도 있다는 문구를 집어넣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아직도 구글은 검색창에 바드를 통합하지 않았으며 독립형 사이트를 통해 AI 챗봇 서비스를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에게 순차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피차이는 대기 없이 모든 사람들이 무료로 바드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보다 효율적인 AI 개발을 위해 자원 배치에 변화를 줄 예정이다. 피차이 CEO는 "별도로 운영해온 AI 부서인 구글 브레인과 딥마인드가 대규모 알고리즘을 구축하기 위해 더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집약적인 연구 수준에서 보다 많이, 더 강력하게 협업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