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잡히는 세계 식품값…'끈적한 인플레' 해소 걸림돌
각국 중앙은행이 벌이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식품 가격 상승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급등했던 에너지와 식량 가격은 진정되고 있지만, 식품 회사들이 자사의 수익 확대를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가계 소비에서 식음료 제품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들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오르면 대표적 물가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상승하게 된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의 3월 식품, 주류 및 담배 가격은 1년 전보다 15.4% 급등했다. 지난해 유로존 인플레이션의 주범이었던 에너지 가격이 같은 기간 0.9% 하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미국의 2월 식품 가격도 1년 전보다 10.2% 올랐는데, 같은 기간 에너지 가격 상승률(5.2%)의 두 배 수준이다.

막상 식품의 주원료인 식량 자원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의문이다.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해 3월 159.7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12개월째 하락세다.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정점 대비 18% 가까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식품 기업들의 가격 인상을 핵심 원인으로 보고 있다. 식품 기업들이 가공 및 포장, 운송,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증가 폭보다 더 크게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추정이다. 클라우스 비스테센 판테온거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식품 가격 인상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식품 기업의 이익 증가”라고 했다. 금융회사 ING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독일 식품업계의 마진은 3년 전보다 63% 급증했다.

식품 가격 상승은 각국 중앙은행에 골칫거리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산출하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중시하긴 하지만, 식품과 에너지까지 포함되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가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식품을 비롯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하면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인플레이션 자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