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마약왕'의 반려동물로 사랑받으며 자랐던 하마들이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콜롬비아 일간지 엘티엠포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환경당국은 파블로 에스코바르에 의해 불법 반입된 하마에서 번식한 하마 중 한 마리가 고속도로에서 차량과 부딪쳐 죽었다고 밝혔다.

1톤 무게의 하마는 전날 저녁 수도 보고타와 메데인을 잇는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인근을 지나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됐다. 차량 탑승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1980년대 마약 조직 '메디인 카르텔'을 이끌며 코카인을 밀수해 세계 7위 부자까지 이름을 올린 '마약왕'이다. 에스코바르는 당시 메데인 외곽 초호화 저택에 살며 동물원을 만들어 이국적인 동물을 수입해 키웠다. 하마도 그중 하나였다.

에스코바르는 1993년 정부에 의해 사살됐고, 하마는 인근 마그달레나 강 유역에 방치됐다. 콜롬비아 정부에 따르면 현재 하마 130마리 이상이 안티오키아주 메데인 시내에서 동쪽으로 20km 떨어진 강에 집단 서식하고 있다. 에스코바르는 4마리의 하마를 들여왔는데,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빠르게 번식하면서 개체수는 160마리까지 늘어났다는 집계도 나오고 있다.

외래종인 하마 수가 늘어나면서 배설물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등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학술지 네이처에는 이 하마의 개체 수가 20년 안에 1500마리로 급증할 수 있다는 논문이 등록되기도 했다. 논문에는 하마의 배설물이 강의 산소농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어류 생태계뿐 아니라 주민들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하마로 인해 마그달레나 강 유역의 수질이 오염되고, 물고기가 집단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우려가 커지자 안티오키아주는 하마 개체수 조절을 위해 중성화 수술이나 피임 화살을 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큰 성과는 보지 못했다.

결국 지난달 29일에는 하마 70마리를 이주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마 10마리는 멕시코 오스토크 동물 보호구역으로, 나머지 60마리는 인도의 또 다른 동물 보호구역으로 보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국은 하마를 아프리카의 야생으로 돌려보낼 경우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또 다른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보호구역행을 선택했다. 하마 이주에 필요한 물품과 항공편을 조달하기 위해 총 350만달러(약 4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