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가리키는 미국 경제지표들…유가 4일 연속 하락세 [오늘의 유가]
국제 유가가 4일 연속 떨어졌다. 미국 내 수요 둔화를 예견하는 지표들이 속속 발표되면서다.

2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87달러(2.36%) 떨어진 77.37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는 6월 인도 브렌트유 가격이 2.34달러(2.82%) 떨어진 80.78달러에 매매됐다. 유가는 나흘 내리 떨어지면서 OPEC+ 감산으로 인한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 주요 경제지표들이 유가 하락에 일조했다. 일제히 미국 경기가 내리막을 향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Fed)이 전날 '베이지북(경기 동향 보고서)'을 통해 경기 침체와 신용 경색 가능성을 전했다. Fed는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유동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러 지역에서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했다"고 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고용 증가율이 다소 둔화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고 물가는 "전반적으로 완만하게 올랐지만 상승 속도는 느려지고 있다"고 했다.
'침체' 가리키는 미국 경제지표들…유가 4일 연속 하락세 [오늘의 유가]
미국 경기선행지수는 2년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3월 미국 경기 선행지수는 지난 달보다 1.2% 하락한 108.4를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는 7개월 가량의 경기 변동 전환점을 예상하는 지표다. 실업보험 청구 건수, 제조업체 신규 수주, 민간주택 신규허가, 주가, 소비자기대치 등 10개 항목을 기초로 추산하며 2016년이 100의 기준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6개월 간 4.5%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도 침체 분위기로 돌아섰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3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달보다 2.4% 감소한 444만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22% 줄어든 수치다. 지난 2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전달 대비 14% 증가해 반등세를 보였으나 한 달만에 다시 가라앉는 분위기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으로 촉발된 지역은행 신용 위기가 주택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애스펙츠의 매튜 페리 장기투자 분석책임자는 "OECD(경제협력기구) 회원국들이 침체 우려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에 따라 OPEC(석유수출구기구)이 공급망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음주에는 미국이 26일과 27일(현지시간) 각각 3월 내구재 주문량과 1분기 국내총생산을 발표하는 만큼 미국 시장 수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