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위기의 주범이 됐던 국제 천연가스 가격의 하향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력 수요가 줄었고, 이 때문에 각국의 천연가스 재고량이 많이 늘어난 까닭이다. 다만 각국은 세계정세 변화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언제든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가스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전 거래일보다 0.09% 하락한 MMBTU(열량 단위, 100만 파운드의 물을 화씨 1도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당 2.2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8월 MMBTU당 9.71달러까지 치솟은 천연가스 가격과 비교해 약 77% 하락한 수치다. 천연가스 가격은 작년 8월 정점을 찍은 후 하향 안정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 위기 주범 천연가스…날씨 덕에 하향 안정세 [원자재 포커스]
천연가스 가격이 내림세를 보인 건 따뜻한 날씨의 영향이 컸다. 민간 기상정보업체인 상품기상그룹에 따르면 이번달 미국 남부와 동부 전역 평균 기온이 평년을 웃돌 것으로 관측됐다. 러시아 정부가 루블화로 천연가스 대금을 결제하도록 하다가 외화 지급을 허용했다는 소식도 러시아의 공급 복귀 의사로 해석되면서 하방 압력을 가중했다.

1895년 기상 기록을 시작한 뒤 지난 1월 미국 기온은 역대 6번째로 따뜻했다. 예상보다 온화한 날씨는 난방수요를 감소시키면서 유럽과 미국의 천연가스 재고를 늘리는데 한몫했다. 금융정보업체 바차트에 따르면 유럽 가스 저장 재고량은 지난 16일 기준 57%에 달했고, 이는 지난 5년간 이 기간 평균치인 3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미국의 천연가스 총비축량(지난 14일 기준)은 1조9300억 입방피트로 지난 5년 계절 평균보다 20.5% 높았다.
에너지 위기 주범 천연가스…날씨 덕에 하향 안정세 [원자재 포커스]
공급량 증가와 수요량 감소도 가스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지난 21일 미국 48개주의 가스 생산량은 1000억 입방피트로 작년 10월3일에 발표된 사상 최고치인 1036억 입방피트를 약간 밑돌고 있다. 천연가스 시추 장치 숫자도 지난주 159개를 기록해 68개까지 하락했던 2020년 7월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감소하면서 전력 수요도 줄고 있다. 에디슨 전기연구소는 지난 15일 기준 미국 총 전력 생산력이 작년보다 -1.4% 감소한 6만8576GWh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에너지 위기 주범 천연가스…날씨 덕에 하향 안정세 [원자재 포커스]
재고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에도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LNG 가격은 세계정세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크다는 점에서다. 감산이나 전쟁 등에 따른 공급 차단은 언제든지 가격을 크게 띄울 수 있는 요인이다. 이 탓에 유럽과 아시아 간의 에너지 확보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달 중국 석유화학 회사 시노펙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서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LNG)프로젝트 지분 5%를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중국의 세계 2위 연료 구매국이다. 카타르 프로젝트는 연간 800만톤의 가스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중국이 LNG 최대 수출국 중 하나인 카타르에서 직접 투자한 첫 사례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