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온도 54도의 '괴물 폭염'이 태국, 인도 등 아시아 일부 지역을 덮쳤다.

24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당국은 최근 수도 방콕을 포함한 태국 몇몇 지역에 외출 자제령을 내렸다.

태국 기상국에 따르면 지난 22일 방콕은 42도를 기록했고, 습도를 포함한 체감 온도는 54도였다. 태국 기상국은 당분간 4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하면서 외부 활동 자제를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태국은 4월이 가장 더운 시기이지만, 평균 기온은 37도 정도로 40도를 넘기는 최근 기온은 "기록적"이라는 반응이다. 지난 주말에만 기상 관측소가 설치된 77개 지역 중 최소 28개 지역에서 40도 이상의 기온이 측정됐다.

태국 뿐 아니라 인도에서도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수십 명이 숨졌다. 44.6도를 기록한 지난 17일에는 몸바이의 한 야외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중 11명이 더위 때문에 숨졌고, 50명이 넘게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극심한 더위로 전력소비량이 늘어나면서 곳곳에서 전력 부족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나스룰 하미드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고기온이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전례없는 폭염으로 전기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증가했다"며 "말할 수 없는 고통"이라고 전했다.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의 이날 최고 기온은 43도였다.

태국에서는 지난 6일 기준 일일 전기 소비량 3만9000메가와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3만2000메가와트를 넘어선 것이라고 정부 대변인은 밝혔다.

로이터는 방글라데시와 인도 일부 지역에서 극심한 더위로 인해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전력 공급이 중단돼 수백만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도의 트리푸라 주와 서벵골 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 이상 고온 현상은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의 기후 정책 연구소 기후 분석(Climate Analytics)의 지역 책임자인 과학자 파하드 사이드는"올해 태국, 중국, 남아시아의 기록적인 더위는 분명한 기후 추세이며, 향후 몇 년 동안 공중 보건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유엔과 적십자사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열파는 앞으로 더 자주, 강력하고 치명적인 수준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지에서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역시 이상 고온 현상에서 빗겨갈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기후학자이자 기상학자인 막시밀리아노 에레라 박사는 가디언에 "아시아 역사상 최악의 폭염"이라며 "한국과 일본까지 봄철 30도에 육박하는 비정상적인 기온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19일의 경우 서울의 한낮 기온은 28.4도까지 올라 역대 2번째로 더운 4월 날씨로 기록됐다. 대구는 지난 20일 29.4도까지 올랐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