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나체로 나오는 게…" 132억 홍보 영상에 이탈리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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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홍보 영상 슬로베니아서 촬영 논란
이탈리아 관광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홍보 영상 중 일부가 이웃 나라인 슬로베니아에서 촬영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 관광부가 최근 '경이를 열다'(Open to Wonder)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새 관광 캠페인 영상 중 일부는 슬로베니아 코타르 지역에서 찍었다.
2분 52초 분량의 홍보 영상에는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햇살이 내리쬐는 마당에서 와인을 마시며 웃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전형적인 이탈리아 풍경으로 묘사된 이곳의 촬영지가 이탈리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에 소품으로 사용된 와인병에는 코타르 와인 라벨까지 부착돼 있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네덜란드의 한스 페터르 스헤이프 감독이 이 장면을 연출했다고 전하면서, 촬영지·촬영 소품·연출자까지, 가장 이탈리아다워야 할 영상에 이탈리아적인 요소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새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면서 관광 홍보대사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발탁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15세기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에서 묘사된 비너스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현재의 인플루언서로 재탄생시킨 것.
캠페인 영상에서 비너스는 미니스커트, 청재킷 등 현대적 의상을 입고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명소를 누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셀피를 찍고, 콜로세움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코모호숫가에서 피자를 먹는 식이다.
비너스는 이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재하고 "난 서른살이에요. 그래요. 조금 더 나이가 많을 수도 있죠"라고 설명을 덧붙이거나, "가상 인플루언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누구나 아는 관광 명소를 배경으로 하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피자를 먹는 장면까지 등장하면서 "촌스럽다", "진부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여기에 이번 홍보 캠페인 진행에 900만 유로(약 132억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예술 평론가 출신인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은 "비너스는 그렇게 차려입을 게 아니라 그림 속처럼 나체로 나오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경이를 열다'가 무슨 말이죠? 무슨 언어인가요?"라며 캠페인 제목도 형편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술사학자인 토마소 몬타나리는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돈 낭비"라고 저격했다.
다니엘라 산탄체 관광부 장관은 900만 유로라는 돈은 전 세계 공항과 도시에서의 홍보를 포함한 총비용이라고 해명하며 "비너스를 인플루언서로 묘사한 것은 젊은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가 2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탈리아 관광부가 최근 '경이를 열다'(Open to Wonder)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새 관광 캠페인 영상 중 일부는 슬로베니아 코타르 지역에서 찍었다.
2분 52초 분량의 홍보 영상에는 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햇살이 내리쬐는 마당에서 와인을 마시며 웃고 있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전형적인 이탈리아 풍경으로 묘사된 이곳의 촬영지가 이탈리아가 아니었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촬영에 소품으로 사용된 와인병에는 코타르 와인 라벨까지 부착돼 있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네덜란드의 한스 페터르 스헤이프 감독이 이 장면을 연출했다고 전하면서, 촬영지·촬영 소품·연출자까지, 가장 이탈리아다워야 할 영상에 이탈리아적인 요소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관광부는 새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면서 관광 홍보대사로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발탁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15세기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작 '비너스의 탄생'에서 묘사된 비너스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현재의 인플루언서로 재탄생시킨 것.
캠페인 영상에서 비너스는 미니스커트, 청재킷 등 현대적 의상을 입고 이탈리아의 주요 관광명소를 누빈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셀피를 찍고, 콜로세움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코모호숫가에서 피자를 먹는 식이다.
비너스는 이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게재하고 "난 서른살이에요. 그래요. 조금 더 나이가 많을 수도 있죠"라고 설명을 덧붙이거나, "가상 인플루언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누구나 아는 관광 명소를 배경으로 하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인 피자를 먹는 장면까지 등장하면서 "촌스럽다", "진부하다"는 혹평도 나왔다. 여기에 이번 홍보 캠페인 진행에 900만 유로(약 132억 원)의 예산이 집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금 낭비'라는 지적도 나왔다.
예술 평론가 출신인 비토리오 스가르비 문화부 차관은 "비너스는 그렇게 차려입을 게 아니라 그림 속처럼 나체로 나오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면서 "그런데 '경이를 열다'가 무슨 말이죠? 무슨 언어인가요?"라며 캠페인 제목도 형편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술사학자인 토마소 몬타나리는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돈 낭비"라고 저격했다.
다니엘라 산탄체 관광부 장관은 900만 유로라는 돈은 전 세계 공항과 도시에서의 홍보를 포함한 총비용이라고 해명하며 "비너스를 인플루언서로 묘사한 것은 젊은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