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그렇다면 美 금리도 인하?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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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끝낼 '게임 체인저' 등장하나 / 美증시 주간전망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지만 끈적끈적함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시장도 식고 있지만 여전히 뜨겁습니다. 하나씩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은행위기도 시스템 리스크로는 전이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유 가격도 떨어질 만하면 감산 소식이 이어집니다.
분명 경기가 꺾이겠지만 정도와 시기를 쉬이 알 순 없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대(연율기준)로 떨어졌지만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빅테크는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서프라이즈급' 실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고사 시험일처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날짜가 돌아왔습니다. '베이비 스텝'으로 정해놓은 답을 바꿀만한 큰 변수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게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물가나 고용, 은행위기가 현 상황을 바꿀 요인이 되지는 않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체인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번 주엔 전 세계에서 골고루 다양한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3일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나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의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부분이 들어갈 지 관심입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 수치와 금리 결정이 미래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고용과 '골든 위크'를 맞은 중국의 이동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긴축 속도나 세계 경제를 바꿀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한국과 미국도 북·중·러와의 긴장을 이겨내며 한반도 정세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게임 체인저'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유조선 보복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이 그리스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의 원유를 해상에 방류하도록 하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그리스 국적 선박 두 척을 나포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때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란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계열의 다른 중동 국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큰 것도 요인입니다.
경제적으론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얽매일 필요도 없습니다. 이란이 국제 제재를 받기 전에도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 사우디산 원유 의존도는 높은 편입니다. 미국은 사우디산 원유의 5대 수입국입니다. 사우디산 원유는 미국의 원유 수입량 중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세번째로 많습니다. 미국내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사우디산 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가 중국과 밀월관계를 해도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됩니다.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입니다.
FRC는 SVB와 달리 채권 투자 손실액이 크지 않습니다. 다른 은행에 팔릴 수 있고 다른 은행으로 위기가 전이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때 휘청거렸던 도이치은행의 실적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주 초에 발표된 Fed의 대출 서베이 자료에서 대출 축소 정도가 크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4월 신규 고용이 18만명 늘어 전달(23만6000명)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팬데믹 이전인 신규 일자리 개수(17만3000개) 수준으로 떨어지면 피벗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습니다. 실업률은 3.6%로 전달의 3.5%에서 소폭 올랐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2일에 나올 EU의 4월 인플레 지표에서도 끈적한 근원물가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헤드라인 물가상승률도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6.9%에서 7%로 소폭 오를 수 있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이렇게 되면 4일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조금더 높게 보고 있지만 인플레가 여전히 심하다면 또다시 '빅스텝'을 밟을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기는 합니다. 중국의 경제회복은 어디까지나 중국 내수용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어도 내수 진작효과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여행과 소비가 예상보다 크다면 분위기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골든위크(4월29~5월7일)와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한국시간으로 2일에 한국의 인플레이션 수치도 발표됩니다. 3월 물가상승률이 4.2%에서 4월에 3.7%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거론되지 않은 것처럼 방향을 바꿀 강력한 한 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피벗이라는 촛불을 켤 때가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큰 방향을 바꾸기에 동력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노동시장과 중국의 회복 등에서 변화가 일어날 조짐도 있습니다. 5월초에 나오는 Fed의 대출 서베이에서도 대출 축소로 인한 경기침체 분위기로 급격히 기울 수도 있습니다. 그 변화가 '게임 체인저'가 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분명 경기가 꺾이겠지만 정도와 시기를 쉬이 알 순 없습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1%대(연율기준)로 떨어졌지만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빅테크는 힘들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서프라이즈급' 실적으로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고사 시험일처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날짜가 돌아왔습니다. '베이비 스텝'으로 정해놓은 답을 바꿀만한 큰 변수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게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물가나 고용, 은행위기가 현 상황을 바꿀 요인이 되지는 않고 있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체인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이번 주엔 전 세계에서 골고루 다양한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3일에 있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나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의 기자회견에서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하는 부분이 들어갈 지 관심입니다.
유럽의 인플레이션 수치와 금리 결정이 미래를 가늠해보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고용과 '골든 위크'를 맞은 중국의 이동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긴축 속도나 세계 경제를 바꿀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또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한국과 미국도 북·중·러와의 긴장을 이겨내며 한반도 정세 변화를 끌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게임 체인저'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 사우디에 약하고 이란엔 강한 이유는
미국이 지난 22일 중국으로 향하던 유조선에 실려 있던 이란산 원유를 압수했습니다. 그러자 이란이 27일에 미국행 쿠웨이트 유조선을 나포했습니다.미국과 이란의 유조선 보복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미국이 그리스 해역에서 이란 유조선의 원유를 해상에 방류하도록 하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그리스 국적 선박 두 척을 나포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한때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 가능성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없던 일이 됐습니다. 이란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이란과의 관계개선을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계열의 다른 중동 국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큰 것도 요인입니다.
경제적으론 이란산 원유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얽매일 필요도 없습니다. 이란이 국제 제재를 받기 전에도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거의 없었습니다. 반면 사우디산 원유 의존도는 높은 편입니다. 미국은 사우디산 원유의 5대 수입국입니다. 사우디산 원유는 미국의 원유 수입량 중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어 세번째로 많습니다. 미국내 원유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사우디산 원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사우디가 중국과 밀월관계를 해도 강하게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됩니다. 미국과 이란의 핵합의 가능성은 기대하기 힘들 전망입니다.
은행이 파월의 마음을 바꿀 수 있나
Fed 인사들의 공식 발언 금지(블랙아웃)가 시작된 지난달 22일 이후 많은 지표들이 나왔습니다. 1분기 미국 GDP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1.1%(연율 기준)로 나왔습니다. 2.0%인 시장 예상보다 낮았고 지난해 4분기(2.6%)에 비해 쪼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재고가 줄어들어 일어난 것으로 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잘 버텼습니다. 미지근하게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는 겁니다. 물가는 여전히 끈적끈적합니다.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4.2%였습니다. 5.1%인 전달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근원 PCE 물가가 4.6%로 높은 게 문제입니다. 인텔은 '어닝 쇼크'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빅테크의 실적은 괜찮았습니다. 알파벳,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이른바 '2AM'의 실적은 선방했습니다. 4일 장 마감후 나오는 애플의 실적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잊을만하면 다시 떠오르는 게 은행 위기입니다. 이번엔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때와는 온도 차이가 납니다. SVB는 속전속결로 파산시키고 예금자 보호한도를 벗어난 예금까지 모두 보장해줬습니다. 그러나 FRC 처리 속도는 더디고 보호한도를 벗어난 예금까지는 보장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FRC는 SVB와 달리 채권 투자 손실액이 크지 않습니다. 다른 은행에 팔릴 수 있고 다른 은행으로 위기가 전이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 때 휘청거렸던 도이치은행의 실적도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주 초에 발표된 Fed의 대출 서베이 자료에서 대출 축소 정도가 크면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있습니다.
'again 2018' 가능할까
시장에선 Fed의 정책 성명서나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피벗까지는 아니더라도 금리인상 중단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018년의 상황이 재연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Fed는 2018년 12월에 금리인상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글로벌 경제 및 금융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경제 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 금리를 동결했습니다. 그리고 PCE 물가 상승율이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왔다는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기준금리 아래로 떨어지면 피벗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더 큰 기대는 5일에 나오는 4월 고용보고서에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식어도 뜨거운 노동시장을 보여줄 공산이 큽니다. 5월 FOMC 이후에 나와 이번 금리 결정의 직접적인 변수가 되지는 못합니다.하지만 4월 신규 고용이 18만명 늘어 전달(23만6000명)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팬데믹 이전인 신규 일자리 개수(17만3000개) 수준으로 떨어지면 피벗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습니다. 실업률은 3.6%로 전달의 3.5%에서 소폭 올랐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유럽 인플레와 금리 결정
대부분의 나라에선 인플에는 둔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물가 상승률도 지난 3월엔 6.9%로 많이 떨어졌습니다.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근원 물가상승률이 잡히지 않는 게 문제였습니다.2일에 나올 EU의 4월 인플레 지표에서도 끈적한 근원물가 현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헤드라인 물가상승률도 많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6.9%에서 7%로 소폭 오를 수 있다는 게 시장 컨센서스입니다. 이렇게 되면 4일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조금더 높게 보고 있지만 인플레가 여전히 심하다면 또다시 '빅스텝'을 밟을 수 있습니다.
리오프닝 후 중국의 대이동
중국인들도 큰 걸음을 내딛습니다. 4월29일부터 5월3일까지 노동절 연휴로 '골든 위크'를 맞습니다. 리오프닝 이후 처음으로 중국인들이 장기 휴가에 들어갑니다. 이 기간 중 중국인들의 여행 예약 건수는 2019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뀔 수 있을까요. 예전처럼 한국 명동이 중국 관광객들로 붐빌 수 있을까요.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기는 합니다. 중국의 경제회복은 어디까지나 중국 내수용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지갑을 열어도 내수 진작효과 이상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여행과 소비가 예상보다 크다면 분위기는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일본의 골든위크(4월29~5월7일)와 상승작용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한국시간으로 2일에 한국의 인플레이션 수치도 발표됩니다. 3월 물가상승률이 4.2%에서 4월에 3.7%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근원물가가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거론되지 않은 것처럼 방향을 바꿀 강력한 한 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피벗이라는 촛불을 켤 때가 아니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큰 방향을 바꾸기에 동력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노동시장과 중국의 회복 등에서 변화가 일어날 조짐도 있습니다. 5월초에 나오는 Fed의 대출 서베이에서도 대출 축소로 인한 경기침체 분위기로 급격히 기울 수도 있습니다. 그 변화가 '게임 체인저'가 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