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치를 찍은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이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요 산지 중 한 곳인 미국의 생산량이 8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 ICE선물거래소에서 냉동 오렌지주스 선물(FCOJ) 가격은 전일 대비 4.35센트(1.63%) 오른 파운드당 2.71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파운드당 2.87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한 달 가까이 2.7달러선이 유지됐다.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작년 한 해 동안 41.08% 상승했고, 올해 들어선 1개 분기 만에 30.5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이날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하면 50% 넘게 오른 수준이다.



주요 산지 중 한 곳인 미국의 생산량이 1937년 이래 최저치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가격을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세계 6위 오렌지 생산국이자, 전 세계 수출량의 6%를 책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농무부(USDA)는 2022~2023년 미국에서 6225만상자(257만t)의 오렌지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1~2022년 대비 23% 줄어든 수치다. 역대 최고 호황기였던 1997~1998년 때와 비교하면 20%에도 미치지 않는다.

전체 생산량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에서의 작황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플로리다주 오렌지 생산량은 전년 대비 61% 주저앉은 1610만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87년 만에 최저치다.

‘감귤녹화병’이 10년 넘게 기승을 부린 탓에 플로리다주 오렌지 생산량은 그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이번 시즌의 경우 초대형 허리케인 ‘이언(Ian)’과 ‘니콜(Nicole)’이 지난해 9월과 11월 연달아 발생한 탓에 타격이 더욱 컸다. 업계에선 최소 2개 시즌은 지나야 허리케인 이전의 생산량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민들의 생활 양식 변화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배런스는 “최근 몇 년간 플로리다주에서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여러 오렌지 농장들이 집이나 콘도로 탈바꿈했다”고 전했다.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설상가상으로 세계 1위 오렌지 생산국인 브라질에서도 최근 심각한 폭우 피해로 오렌지 수확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상파울루주를 포함한 브라질 남동부에선 600㎜ 안팎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 때문에 미닛메이드를 소유한 코카콜라, 트로피카나를 인수한 유럽 사모펀드 PAI파트너스 등 오렌지주스 제조업체들은 비용 상승 부담을 느끼게 됐다. 또 이는 아침 식사로 오렌지주스를 즐겨 먹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