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는 아르헨티나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6%포인트까지 인상하는 특단의 대책을 취할 것으로 예고됐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르헨티나 정부가 15일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긴급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긴급 대책에는 현재 91%인 기준금리를 97%로 한 번에 인상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했다. 인플레이션과 폭락한 페소화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15일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올 들어 네 번째다. 아르헨티나 금리는 올 초 75%에서 현재 91%까지 올랐다. 지난달 말에는 일주일 만에 금리를 기습적으로 10%포인트 인상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는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가파르게 오르는 나라 중 한 곳이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102%를 넘어서며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CPI 상승률은 108.8% 급등하며 1991년 이후 최고치를 썼다.

아르헨티나는 소고기 등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는 데다 최근 가뭄으로 물가 상승세는 심화되고 있다. 식량 수출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르헨티나에서 흉작은 치명적이다. 정부 재정정책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막대한 정부 적자를 메우기 위해 화폐를 발행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연일 폭등하는 물가는 화폐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달러 대비 페소화 환율은 올 들어 35% 하락했다. 페소화 매도세도 가속화되고 있다. 때문에 현지 라나시온지에 의하면 일부 관료들은 기준금리를 110%로 올리는 ‘초강수’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환율을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에서다.

세르지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부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아르헨티나에 지급하기로 앞서 합의한 차관 지급을 앞당기기로 설득하고 있다고 FT가 전했다. IMF는 지난해 디폴트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에 차관 410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FT는 “IMF는 아르헨티나 현 정권이 몇 달 뒤 있을 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차관 지급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 정부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IMF)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를 통해 감소하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금융업계와 경제학계에서는 금리 인상과 외환 개입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도 나온다. 금리가 오르면 막대한 정부부채의 부담은 점점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캐나다 싱크탱크 CIGI에서 근무하는 전 아르헨티나 외교관 헥터 토레스는 “아르헨티나는 이미 외환보유액이 바닥났고 IMF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환율을 방어하겠다는 시도는 무모한 일”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투기꾼들이 아르헨티나의 채무 불이행(디폴트)에 돈을 걸도록 유도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외환시장과 가격 통제가 시장을 왜곡시키고 투자를 억제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FT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올해 아르헨티나가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옥스퍼드는 아르헨티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