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위기' 기업들 AI로 M&A 중개…대박 친 32세 日억만장자
일본에서 32살 억만장자가 나타났다. 부의 대물림이 아닌, 자수성가형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초고령화 사회에서 명맥이 끊길 중소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중개해 대박을 쳤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일본 M&A 리서치 인스티튜트 홀딩스의 설립자 슌사쿠 사가미(사진)의 순자산이 약 9억5000만달러(약 1조2700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가 지난해 6월 도쿄증시에 상장한 후 주가가 300%까지 뛰면서다. 사가미는 지분 72.4%를 보유하고 있다.

M&A 리서치 인스티튜트 홀딩스는 AI로 기업들의 데이터를 분석해 인수합병(M&A)을 중개한다. 주 대상은 창업자들이 은퇴를 앞둔, 매출 5억엔 내외의 알짜 중소기업들이다. 현재 진행 중인 M&A는 500건에 이른다. 지난 3월까지 6개월 동안 62건의 딜을 성사시켰다. 이 기간 매출은 39억엔(38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배 이상 늘었다. 2018년 사가미가 설립한 지 5년 만에 거둔 성과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에선 기업을 뒤이을 후계자가 없어 폐업 위기에 처한 곳이 많다. M&A 리서치 인스티튜트 홀딩스에 따르면 일본에서 수익성이 높은 기업 62만개가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을 처지다.

일본 정부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소유주가 70세 이상인 중소기업이 25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절반은 회사를 대신 이끌어갈 후계자가 없다.

이들이 모두 문을 닫으면 총 6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2조엔(216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사가미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시작은 그의 할아버지였다. 오사카에서 일평생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던 그의 조부는 후계자를 찾지 못해 80대에 은퇴하며 문을 닫았다. “벽에 걸려있던 할아버지의 부동산 중개업자 면허증이 떼어지고 버려지는 광경이 슬펐다”고 사가미는 회고했다.

1990년생인 사가미는 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M&A 방식으로 이목을 모았다. M&A 담당자들이 통상 은행을 통해 거래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M&A 리서치 인스티튜트 홀딩스는 자체 구축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M&A를 중개한다. 빠르게는 6개월 만에도 딜이 성사된다는 설명이다.

M&A에 부정적이던 일본의 정서도 바뀌고 있다. 애서메트릭 어드바이저에서 일본 주식을 담당하는 팀 모스 책임자는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기업 매각이 긍정적으로 여겨지지 않았지만 변하고 있다”며 “창업자가 고령이고 후계자가 없는 소규모 기업들은 매각에 점점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