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빅테크(대형 정보기술(IT) 기업) 랠리’에 힘입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우량 기업을 대표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를 추월했다. 두 지수 간 격차는 32년 만에 최대 폭까지 벌어졌는데, 시장 건전성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나스닥 지수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17.93% 올랐다. 나스닥이 연초 대비 이 기간까지 17%를 넘는 상승률을 나타낸 건 1971년 나스닥 출범 이래 처음이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1% 하락했다. 이날 이 지수는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 관련 불확실성으로 전일 대비 1.01%(336.46포인트) 큰 폭으로 내렸다. 지난 3월 30일 이후 처음으로 50일 이동 평균선(이평선)을 밑돌았다. 이전 50거래일 종가의 평균치를 뜻하는 이평선에 못 미치면 기술적인 하향 모멘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두 지수 간 격차는 18.34%포인트(p)다. 이는 1991년 이후 가장 큰 폭이라고 마켓워치가 보도했다.

최근의 ‘나스닥 랠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소수의 ‘메가캡(시가총액이 2000억달러를 넘는 초대형주)’들이 이끌었다. 이 종목들은 각각 연초 대비 32.43%, 29.99%, 99.90% 뛰었다. S&P500 지수 기준으로 보면 상위 10대 종목이 전체 지수 상승률의 87%를 책임졌다. S&P500지수도 연초 대비 7.04% 상승률을 나타냈다.

기술주들은 스몰캡(시가총액 20억달러 미만 종목)과 금융주, 에너지주, 헬스케어주 등 줄줄이 하락한 다른 종목들의 실적을 상쇄했다. 소기업을 대표하는 러셀2000 지수는 같은 기간 1.4% 하락했다.

세테라 파이낸셜 그룹의 진 골드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시장은 건전하지 않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낮은 국채 수익률, 경기침체 우려와 인공지능(AI) 광풍 등이 메가캡 기술주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