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서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가스가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주가 온실가스를 저감을 이유로 가스레인지 금지법을 통과시켜 논란을 빚는 가운데 대학 연구팀이 인체 유해성에 대한 실험에 나섰다. 미국 민주당은 금지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밀폐된 실내에서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면 환경보호국의 안전 기준치 이상으로 유해 가스 농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뉴욕 브루클린의 한 주택을 포함하여 총 8곳의 뉴욕시 아파트에서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며 실내 공기 질을 측정했다. 연구진이 뉴욕 맨해튼의 방 세개짜리 공공 아파트 주방에서 문과 창문을 모두 닫은 상태에서 가스불을 켜자 짧은 시간 안에 이산화질소 농도가 올라갔다. 아파트 주방엔 레인지 후드 등 환기 장치도 없는 탓에 이산화질소 수치는 환경보호국의 1시간 노출 안전 기준치의 5배인 500ppb까지 상승했다. 높은 농도의 이산화질소에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키며 천식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담배 연기와 자동차 배기가스에 존재하는 인체 발암 물질인 벤젠의 농도도 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방 입구와 창문을 열자 주방의 이산화질소 수치는 약 200ppb로 떨어졌으나 한 침실의 이산화질소 농도가 약 70ppm까지 올라갔다. 이는 환경보호청의 기준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보건기구의 만성 노출 기준치를 넘는 수준이다.

연구진이 하루종일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다른 가정의 실험 결과도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NYT는 "가스레인지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작년 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가스레인지가 미국 내 소아 천식 발병의 약 13%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전 연구에서도 가스레인지가 천식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뉴욕주 정부는 2026년부터 짓는 7층 이하 신축 건물에 가스레인지·가스보일러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기구 설치를 금지하는 법을 이달초 통과시켰다. 2029년부터는 고층 건물로 금지 대상이 확대된다. 이 같은 조치는 가스레인지를 사용할 때 탄소배출량이 전기 취사 기구에 비해 32배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이 법이 주택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