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인상 끝? 폭등…"AI 여름까지 쭉 간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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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미 동부시간)은 아침부터 ADP 민간고용, 실업급여 청구, 공급관리협회(ISM)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중요한 경제 데이터가 쏟아진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 큰 영향을 준 건 이들 새로운 데이터가 아니었습니다. 노동부가 이미 발표했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단위노동비용(UCL)을 하향 수정해서 내놓은 게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선에서 출발한 뒤 지속해서 올랐습니다. 결국, 다우는 0.47%, S&P500 지수는 0.99% 올랐고 나스닥은 1.28%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4221.02를 기록해 다시 4200선을 되찾았습니다.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요인을 짚어 보겠습니다.
① 해결된 부채한도 이슈
부채한도 합의안은 어젯밤, 미국 동부시간으로 31일 밤 10시가 넘어 하원에서 찬성 314대 반대 117로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하루만인 오늘 밤 10시 50분께 상원에서도 찬성 63대 반대 36표로 통과됐습니다. 이제 이 법은 조 바이든 책상 앞으로 갑니다. 바이든이 5일까지 서명하기만 하면 투자자들은 이제 부채한도 이슈를 내년 말까지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② 쏟아질 국채 문제없다?
2025년 1월까지 부채한도가 유예되는 방안이 확정되면 미 재무부가 1조 달러 넘는 국채를 쏟아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할 것이란 걱정이 있습니다.
재무부는 지난 1월 19일 부채한도 상한에 도달한 뒤에 특별조치를 통해 이리저리 자금을 융통해왔는데요. 연기금 등에 돈을 주지 않은 게 3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부채한도가 유예되면 국채를 찍어 이 돈을 건네줘야 합니다. 또 지금 미 중앙은행(Fed) 내 재무부 계좌(TGA)에 돈이 300억 달러 남짓 남아있는데요. 지난 5년간 평균 잔액은 6400억 달러였습니다. 재무부는 지난 5월 초에 9월 말까지 TGA 계좌에 6000억 달러 쌓아놓을 것이고, 7330억 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하반기 1조 달러의 국채가 나오리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재무부가 TGA 계좌를 신속하게 재건하면 국채 발행이 향후 3개월 동안 7300억 달러, 올해 말까지 1조2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모건스탠리는 " 부채한도 문제 해결 이후 유동성 위험은 우려할 만하다. 투자자들은 주식보다 선진국 시장의 우량 채권에 더 중점을 두고 방어적인 포지션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충격을 가져오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국채 발행 증가가 단기 금리에 약간의 상승 압력을 가할 수는 있지만, 과거 부채한도 증액 이후 상황을 보면 금리 향방은 통화정책에 지배적 영향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Fed가 제로금리를 유지했던 2011, 2013, 2014년 부채한도 위기 이후엔 재무부의 채권을 대규모로 찍었어도 금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고 Fed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상이 예상되던 2014, 2017, 2018년에는 금리가 상승했으며, Fed가 금리를 인하하던 2019년에는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재무부가 TGA 계좌에 돈을 쌓으면 은행 준비금이 감소할 수 있지만, 만약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나 양적 긴축(QT)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정적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겠지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전략가는 "재무부의 유동성 흡수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지만, 그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재무부와 Fed가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게 조절할 것이고, 투자자도 이에 대비해왔다. 머니마켓에 쌓여있는 5조 달러 이상에서 많은 채권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③ 시장 폭 문제없다?
기술주 홀로 급등하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7개 주식의 시가총액은 금융과 소재, 산업, 에너지 업종의 시총보다 더 커졌습니다. 시장의 폭이 좁다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이에 대해 '가치평가의 달인'으로 불리는 애시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어제 배런스 인터뷰에서 "지난 80년간 강세장을 조사해본 결과 일반적으로 총 주식 수의 10% 이하가 강세장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시장의 폭은 결코 그렇게 넓은 적이 없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별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시장의 폭은 과거 향후 시장 방향을 가리켰던 확실한 요인은 아닙니다. 시장 폭이 좁았던 2020년 8월에는 강세장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21년 11월에는 두 달 뒤 강세장이 종료를 고했습니다.
다만 다모다란 교수도 지난 화요일 엔비디아 주식 절반을 팔았습니다. 너무 비싸졌다는 것이죠. 그는 "현재 250억 달러 규모인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10년 안에 이 시장 규모가 3500억 달러에 달하고 엔비디아가 시장 100%를 차지한다고 가장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주당 400달러 주가를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5.7%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오늘 5.12% 반등했습니다.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을 발표한 C3.ai는 한때 24%까지 급락했다가 13%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브로드컴은 AI 수요가 판매에 도움이 되지만 더 광범위한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④ 디스인플레이션 지속
최근 데이터에서는 상품 디스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ISM의 5월 제조업 PMI는 46.9로 발표됐습니다. 4월 47.1, 예상치 47보다 약간 낮은 것입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신규수주 지수가 4월 57.5에서 3.1포인트나 떨어진 42.6까지 떨어졌습니다. 더 급락한 건 물가 지수입니다. 지불가격은 44.2로 전달 53.2에서 9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신규수주가 감소하면서 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죠. 이런 상품 물가 하락은 유통업체에서도 드러납니다. 어제 어드밴스드 오토 파츠는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72센트라고 발표했는데 월가 예상 2.65달러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 회사는 '가격 경쟁'을 이유로 들면서 올해 가이던스와 배당도 대폭 낮췄습니다. 주가는 어제 35% 내린 데 이어 오늘 6.7% 하락했습니다. 또 달러 제너럴은 1분기 EPS 2.34달러(추정 2.38달러), 매출 93억4000만 달러(추정 94억6000만 달러)를 보고한 뒤 20% 급락했습니다. 달러 제너럴은 핵심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일부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의 5월 소비자물가(CPI)도 예상보다 더 낮게 나왔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6.1% 상승해 4월(7.0%)이나 시장 예상(6.4%)을 하회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5.3%로 4월(5.6%)이나 예상(5.5%)을 밑돌았습니다.
⑤ 노동시장, 계속 강하지만
문제는 노동시장이 계속 강하다는 것입니다. 지난주(~5월 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이전 주보다 2000건 증가한 23만2000건으로 집계했습니다. 월가 예상 23만5000건보다 적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적은 수준입니다. 민간고용정보업체 ADP가 집계한 5월 민간고용은 27만8000건 늘었습니다. 월가 예상 18만 건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다만 ADP 수치의 신뢰성은 떨어집니다. 골드만삭스는 ADP 수치 발표 직후 5월 신규고용 추정치를 17만5000건으로 유지했습니다. ⑥ 임금 압력은 약화?
ADP 수치에서 월가가 주목한 것은 임금상승률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4월 6.7%에 비해 둔화했습니다. 특히 이직자 임금상승률은 전달보다 1%포인트 낮은 12.1%로 집계됐습니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직자 임금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상당한 속도로 둔화하면서 임금으로 인해 촉발되는 인플레이션은 이전보다 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DP 수치가 발표되던 8시 30분, 노동부는 1분기 생산성 수정치를 발표했는데 수정의 폭이 예상외로 컸습니다. 예비치는 2.7% 감소였는데 2.1% 감소로 수정됐습니다. 특히 단위노동비용(ULC)도 큰 폭으로 수정됐습니다. 1분기 ULC은 예비치 연율 6.3% 상승에서 4.2% 상승으로 큰 폭 하향 수정됐습니다. 생산성이 덜 줄고, 시간당 보상은 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덕분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ULC은 3.3% 증가한 게 아니라 2.2% 감소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시간당 보상이 기존 4.9% 증가에서 0.7% 감소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그릿캐피털의 지니비브 로쉬 덱터 CEO는 "제롬 파월 의장이 강력한 노동시장과 높은 노동비용을 예로 들면서 금리를 올려왔는데, 단위노동비용이 작년 4분기 마이너스였다면 이렇게 높게 올릴 이유도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고용은 강한데, 임금상승률이 떨어진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경기는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은 잡을 수 있으니까요.
⑦ Fed, 인상 건너뛴다→안한다
시장에선 어제 Fed가 6월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skip) 방안이 힘을 얻었습니다. 필립 제퍼슨 이사가 "금리 인상을 건너뛰면 추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이번 회의에서 인상을 건너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데 따른 것입니다. 둘 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이죠.
오늘은 6월에 건너뛰면 7월에도 인상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강화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상품 분야 디스인플레이션은 심화하고 있고, 노동시장의 임금 상승 압력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7월까지 가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확연히 나타나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커 총재는 오늘 "우리는 금리를 유지하고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적시에 목표로 되돌리기 위한 곳에 가깝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인상 차원에서는 이번 회의는 건너뛰어야 한다. 또 다른 인상을 고려하기 전에 물가 문제 중 일부는 적어도 가능한 한 스스로 해결되도록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선 6월 동결 예상이 오후 4시께 77.3%까지 높아지고, 7월 동결 확률도 46.7%로 증가했습니다. 하루 전에는 각각 73.6%와 33.4%였습니다.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달러는 오늘 1월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73% 하락한 103.56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오전 8시 반 급락했습니다. ADP 고용이 예상을 넘은 건 반영되지 않았고, 대신 노동부의 단위노동비용 하향 수정에 ADP 임금상승률 둔화가 합쳐진 효과입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ISM PMI 발표 이후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오후 4시 30분 미 국채 2년물은 7bp 하락한 4.341%, 10년물은 5.1bp 내린 3.597%에 거래됐습니다. 시장이 Fed의 추가 긴축 확률을 낮게 반영하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도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단위노동비용이 예상보다 적게 상승해 향후 경제 데이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고(약한 데이터) 이는 긴축 확률 하향, 단기물 중심의 채권 랠리로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쯤 되자 위험자산(주식, 석유 등)도 안도 랠리를 시작했다. 아마도 Fed 긴축에 대한 가격 조정(repricing)에 힘입어 6월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덕분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금리 인상을 끝낸다면 경기 침체 확률이 줄어들겠지요. 이에 유가도 오늘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95% 오른 배럴당 70.1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3거래일 만에 상승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내일 바뀔 수 있습니다. 아침 8시 30분 발표되는 노동부의 5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Fed의 추가 긴축 시계를 빨리 돌릴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다음 회의는 건너 뛰어야 한다"라고 한 하커 총재도 "금요일 고용보고서가 다가오는 회의에서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5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19만 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4월 25만3000건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경제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인 10만 건보다는 높습니다. 실업률은 3.5%로 예측합니다. 4월의 3.4%보다 약간 높아지는 것이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4.4%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4월(0.48%, 4.45%)과 비교하면 한달 전보다는 낮고 전년 대비로는 비슷합니다.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워튼스클의 제러미 시걸 교수는 오늘 CNBC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핵심 발언을 전합니다. ▶시장이 Fed가 금리 인상을 건너뛴다는 얘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건너뛰든(skip) 멈추는 것(pause)이든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오늘 랠리의 주요 원천이라고 본다. 나는 그동안 긴축 정책의 누적적 효과에 대해 경고해왔고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를 우려해왔다. 지금 Fed가 멈출 수 있다면 경기 침체 확률을 낮춘다.
▶좋은 고용을 얻기에는 금리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이번 달은 아니지만, 일자리 둔화를 보게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 고용이 마이너스로 바뀌는 걸 볼 것이다.
▶AI 주식은 더 갈 수 있다. 이런 폭등세를 2년 전 암호화폐에서도 봤고 20년 전 닷컴버블 때도 봤다. 그들이 닷컴버블 회사라는 건 아니지만 이들 업종 주식에 불이 붙었고 불은 이번 여름 내내 지속할 것 같다.
▶AI는 거품이 아니다. 그들은 진짜다. 버블은 펀더멘털보다 4~5배는 높은 주식을 말한다. 나는 AI 주식이 그 근처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공매도를 시작한 투자자를 알고 있다. 그리고 주가는 붕괴하기 전에 더 오를 것이다. 그것이 시장이다. 여러분은 단기 변동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이 변동성을 좋아한다면 올라타라. 하지만 펀더멘털 중심 투자자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보합 선에서 출발한 뒤 지속해서 올랐습니다. 결국, 다우는 0.47%, S&P500 지수는 0.99% 올랐고 나스닥은 1.28% 상승했습니다. S&P500 지수는 4221.02를 기록해 다시 4200선을 되찾았습니다. 오늘 시장에 영향을 준 요인을 짚어 보겠습니다.
① 해결된 부채한도 이슈
부채한도 합의안은 어젯밤, 미국 동부시간으로 31일 밤 10시가 넘어 하원에서 찬성 314대 반대 117로 통과했습니다. 그리고 하루만인 오늘 밤 10시 50분께 상원에서도 찬성 63대 반대 36표로 통과됐습니다. 이제 이 법은 조 바이든 책상 앞으로 갑니다. 바이든이 5일까지 서명하기만 하면 투자자들은 이제 부채한도 이슈를 내년 말까지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② 쏟아질 국채 문제없다?
2025년 1월까지 부채한도가 유예되는 방안이 확정되면 미 재무부가 1조 달러 넘는 국채를 쏟아내 시장 유동성을 흡수할 것이란 걱정이 있습니다.
재무부는 지난 1월 19일 부채한도 상한에 도달한 뒤에 특별조치를 통해 이리저리 자금을 융통해왔는데요. 연기금 등에 돈을 주지 않은 게 3500억 달러에 달합니다. 부채한도가 유예되면 국채를 찍어 이 돈을 건네줘야 합니다. 또 지금 미 중앙은행(Fed) 내 재무부 계좌(TGA)에 돈이 300억 달러 남짓 남아있는데요. 지난 5년간 평균 잔액은 6400억 달러였습니다. 재무부는 지난 5월 초에 9월 말까지 TGA 계좌에 6000억 달러 쌓아놓을 것이고, 7330억 달러 규모 국채를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하반기 1조 달러의 국채가 나오리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재무부가 TGA 계좌를 신속하게 재건하면 국채 발행이 향후 3개월 동안 7300억 달러, 올해 말까지 1조2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모건스탠리는 " 부채한도 문제 해결 이후 유동성 위험은 우려할 만하다. 투자자들은 주식보다 선진국 시장의 우량 채권에 더 중점을 두고 방어적인 포지션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 충격을 가져오진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국채 발행 증가가 단기 금리에 약간의 상승 압력을 가할 수는 있지만, 과거 부채한도 증액 이후 상황을 보면 금리 향방은 통화정책에 지배적 영향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Fed가 제로금리를 유지했던 2011, 2013, 2014년 부채한도 위기 이후엔 재무부의 채권을 대규모로 찍었어도 금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았고 Fed가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상이 예상되던 2014, 2017, 2018년에는 금리가 상승했으며, Fed가 금리를 인하하던 2019년에는 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재무부가 TGA 계좌에 돈을 쌓으면 은행 준비금이 감소할 수 있지만, 만약 부정적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나 양적 긴축(QT)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부정적 효과를 일부 상쇄할 수 있겠지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전략가는 "재무부의 유동성 흡수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일 수 있지만, 그 충격은 그렇게 크지 않을 수 있다. 재무부와 Fed가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게 조절할 것이고, 투자자도 이에 대비해왔다. 머니마켓에 쌓여있는 5조 달러 이상에서 많은 채권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③ 시장 폭 문제없다?
기술주 홀로 급등하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7개 주식의 시가총액은 금융과 소재, 산업, 에너지 업종의 시총보다 더 커졌습니다. 시장의 폭이 좁다는 분석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이에 대해 '가치평가의 달인'으로 불리는 애시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어제 배런스 인터뷰에서 "지난 80년간 강세장을 조사해본 결과 일반적으로 총 주식 수의 10% 이하가 강세장을 이끌고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시장의 폭은 결코 그렇게 넓은 적이 없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별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시장의 폭은 과거 향후 시장 방향을 가리켰던 확실한 요인은 아닙니다. 시장 폭이 좁았던 2020년 8월에는 강세장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21년 11월에는 두 달 뒤 강세장이 종료를 고했습니다.
다만 다모다란 교수도 지난 화요일 엔비디아 주식 절반을 팔았습니다. 너무 비싸졌다는 것이죠. 그는 "현재 250억 달러 규모인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8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라며 "10년 안에 이 시장 규모가 3500억 달러에 달하고 엔비디아가 시장 100%를 차지한다고 가장 낙관적으로 가정해도 주당 400달러 주가를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어제 5.7% 급락했던 엔비디아는 오늘 5.12% 반등했습니다.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을 발표한 C3.ai는 한때 24%까지 급락했다가 13%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마감 뒤 실적을 공개한 브로드컴은 AI 수요가 판매에 도움이 되지만 더 광범위한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④ 디스인플레이션 지속
최근 데이터에서는 상품 디스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ISM의 5월 제조업 PMI는 46.9로 발표됐습니다. 4월 47.1, 예상치 47보다 약간 낮은 것입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신규수주 지수가 4월 57.5에서 3.1포인트나 떨어진 42.6까지 떨어졌습니다. 더 급락한 건 물가 지수입니다. 지불가격은 44.2로 전달 53.2에서 9포인트나 급락했습니다. 신규수주가 감소하면서 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죠. 이런 상품 물가 하락은 유통업체에서도 드러납니다. 어제 어드밴스드 오토 파츠는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72센트라고 발표했는데 월가 예상 2.65달러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 회사는 '가격 경쟁'을 이유로 들면서 올해 가이던스와 배당도 대폭 낮췄습니다. 주가는 어제 35% 내린 데 이어 오늘 6.7% 하락했습니다. 또 달러 제너럴은 1분기 EPS 2.34달러(추정 2.38달러), 매출 93억4000만 달러(추정 94억6000만 달러)를 보고한 뒤 20% 급락했습니다. 달러 제너럴은 핵심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일부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의 5월 소비자물가(CPI)도 예상보다 더 낮게 나왔습니다. 헤드라인 수치는 전년 대비 6.1% 상승해 4월(7.0%)이나 시장 예상(6.4%)을 하회했습니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5.3%로 4월(5.6%)이나 예상(5.5%)을 밑돌았습니다.
⑤ 노동시장, 계속 강하지만
문제는 노동시장이 계속 강하다는 것입니다. 지난주(~5월 27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이전 주보다 2000건 증가한 23만2000건으로 집계했습니다. 월가 예상 23만5000건보다 적었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적은 수준입니다. 민간고용정보업체 ADP가 집계한 5월 민간고용은 27만8000건 늘었습니다. 월가 예상 18만 건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다만 ADP 수치의 신뢰성은 떨어집니다. 골드만삭스는 ADP 수치 발표 직후 5월 신규고용 추정치를 17만5000건으로 유지했습니다. ⑥ 임금 압력은 약화?
ADP 수치에서 월가가 주목한 것은 임금상승률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6.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4월 6.7%에 비해 둔화했습니다. 특히 이직자 임금상승률은 전달보다 1%포인트 낮은 12.1%로 집계됐습니다.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직자 임금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상당한 속도로 둔화하면서 임금으로 인해 촉발되는 인플레이션은 이전보다 덜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ADP 수치가 발표되던 8시 30분, 노동부는 1분기 생산성 수정치를 발표했는데 수정의 폭이 예상외로 컸습니다. 예비치는 2.7% 감소였는데 2.1% 감소로 수정됐습니다. 특히 단위노동비용(ULC)도 큰 폭으로 수정됐습니다. 1분기 ULC은 예비치 연율 6.3% 상승에서 4.2% 상승으로 큰 폭 하향 수정됐습니다. 생산성이 덜 줄고, 시간당 보상은 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덕분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ULC은 3.3% 증가한 게 아니라 2.2% 감소한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시간당 보상이 기존 4.9% 증가에서 0.7% 감소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그릿캐피털의 지니비브 로쉬 덱터 CEO는 "제롬 파월 의장이 강력한 노동시장과 높은 노동비용을 예로 들면서 금리를 올려왔는데, 단위노동비용이 작년 4분기 마이너스였다면 이렇게 높게 올릴 이유도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사실 고용은 강한데, 임금상승률이 떨어진다면 금상첨화입니다. 경기는 유지되고 인플레이션은 잡을 수 있으니까요.
⑦ Fed, 인상 건너뛴다→안한다
시장에선 어제 Fed가 6월 금리 인상을 건너뛰는(skip) 방안이 힘을 얻었습니다. 필립 제퍼슨 이사가 "금리 인상을 건너뛰면 추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이번 회의에서 인상을 건너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데 따른 것입니다. 둘 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이죠.
오늘은 6월에 건너뛰면 7월에도 인상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강화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상품 분야 디스인플레이션은 심화하고 있고, 노동시장의 임금 상승 압력도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7월까지 가면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확연히 나타나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커 총재는 오늘 "우리는 금리를 유지하고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적시에 목표로 되돌리기 위한 곳에 가깝다고 믿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적어도 인상 차원에서는 이번 회의는 건너뛰어야 한다. 또 다른 인상을 고려하기 전에 물가 문제 중 일부는 적어도 가능한 한 스스로 해결되도록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선 6월 동결 예상이 오후 4시께 77.3%까지 높아지고, 7월 동결 확률도 46.7%로 증가했습니다. 하루 전에는 각각 73.6%와 33.4%였습니다.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달러는 오늘 1월 이후 일일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0.73% 하락한 103.56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오전 8시 반 급락했습니다. ADP 고용이 예상을 넘은 건 반영되지 않았고, 대신 노동부의 단위노동비용 하향 수정에 ADP 임금상승률 둔화가 합쳐진 효과입니다. 그리고 오전 10시 ISM PMI 발표 이후 내림세가 이어졌습니다. 결국, 오후 4시 30분 미 국채 2년물은 7bp 하락한 4.341%, 10년물은 5.1bp 내린 3.597%에 거래됐습니다. 시장이 Fed의 추가 긴축 확률을 낮게 반영하자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도 상승세를 지속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단위노동비용이 예상보다 적게 상승해 향후 경제 데이터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졌고(약한 데이터) 이는 긴축 확률 하향, 단기물 중심의 채권 랠리로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쯤 되자 위험자산(주식, 석유 등)도 안도 랠리를 시작했다. 아마도 Fed 긴축에 대한 가격 조정(repricing)에 힘입어 6월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 덕분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Fed가 금리 인상을 끝낸다면 경기 침체 확률이 줄어들겠지요. 이에 유가도 오늘 급등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2.95% 오른 배럴당 70.10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3거래일 만에 상승해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내일 바뀔 수 있습니다. 아침 8시 30분 발표되는 노동부의 5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면 Fed의 추가 긴축 시계를 빨리 돌릴 수 있습니다. "적어도 다음 회의는 건너 뛰어야 한다"라고 한 하커 총재도 "금요일 고용보고서가 다가오는 회의에서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5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19만 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4월 25만3000건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경제를 자극하지 않는 수준인 10만 건보다는 높습니다. 실업률은 3.5%로 예측합니다. 4월의 3.4%보다 약간 높아지는 것이죠.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3%, 전년 대비 4.4% 상승할 것으로 봅니다. 4월(0.48%, 4.45%)과 비교하면 한달 전보다는 낮고 전년 대비로는 비슷합니다. 시장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워튼스클의 제러미 시걸 교수는 오늘 CNBC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핵심 발언을 전합니다. ▶시장이 Fed가 금리 인상을 건너뛴다는 얘기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건너뛰든(skip) 멈추는 것(pause)이든 뭐라 부르든 상관없다. 오늘 랠리의 주요 원천이라고 본다. 나는 그동안 긴축 정책의 누적적 효과에 대해 경고해왔고 올해 하반기 경기 침체를 우려해왔다. 지금 Fed가 멈출 수 있다면 경기 침체 확률을 낮춘다.
▶좋은 고용을 얻기에는 금리가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 이번 달은 아니지만, 일자리 둔화를 보게 될 것이다. 어느 시점에 고용이 마이너스로 바뀌는 걸 볼 것이다.
▶AI 주식은 더 갈 수 있다. 이런 폭등세를 2년 전 암호화폐에서도 봤고 20년 전 닷컴버블 때도 봤다. 그들이 닷컴버블 회사라는 건 아니지만 이들 업종 주식에 불이 붙었고 불은 이번 여름 내내 지속할 것 같다.
▶AI는 거품이 아니다. 그들은 진짜다. 버블은 펀더멘털보다 4~5배는 높은 주식을 말한다. 나는 AI 주식이 그 근처에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공매도를 시작한 투자자를 알고 있다. 그리고 주가는 붕괴하기 전에 더 오를 것이다. 그것이 시장이다. 여러분은 단기 변동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당신이 변동성을 좋아한다면 올라타라. 하지만 펀더멘털 중심 투자자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