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댐 폭파 후폭풍…밀·옥수수 값 급등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크림반도-러 본토 잇는 통로 차단
우크라 영토탈환 전략 차질 불가피
80개 마을·4만명 이상 홍수피해
"수십만명 식수난 겪고 있어"
우크라 영토탈환 전략 차질 불가피
80개 마을·4만명 이상 홍수피해
"수십만명 식수난 겪고 있어"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의 댐이 폭파됐다는 소식에 밀과 옥수수 등 주요 농산물 가격이 일제히 뛰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곡창지대의 한 곳으로,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물 밀 가격은 전날 대비 0.4% 떨어진 부셸당 6.25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장중 한때 약 2% 오른 6.47달러를 찍은 뒤 소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밀 가격은 최근 5거래일 사이에 4%가량 상승했다.
7월물 옥수수 가격도 전날보다 1%가량 오른 부셸당 6.1달러를 기록한 뒤 현재 6.0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귀리도 0.73% 오름세를 보였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뛴 것은 러시아군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폭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우크라이나의 농업 컨설팅 기업 우크라그로컨설트는 “카호우카 댐 폭파로 인해 드니프로 강변에서 생산돼온 작물과 농업 장비 등의 손상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댐과 파이프라인 폭파가 상대방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범인’이 어느 쪽이건 간에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직후 벌어진 카호우카 댐 붕괴는 곡물 가격뿐 아니라 전쟁 향방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반격으로 영토를 탈환한 뒤 러시아를 휴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던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영국 BBC방송은 “어느 쪽이 댐을 파괴했든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체스판’을 흔들어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공언해온 반격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 통로 서쪽에 ‘물의 장벽’이 세워진 모양새여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대반격의 주된 타깃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 육상 통로를 끊는 것이 핵심 전략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해 왔다.
뮌헨안보회의 회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 니코 랑게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 드니프로 강의 범람으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 방면에 배치했던 병력을 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예상되는 다른 전선을 보강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범람으로 인한 민간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강 주변 마을 약 80곳 가운데 수십 곳이 침수됐으며, 1만7000여 명의 주민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드니프로 강 쪽에서도 2만5000명이 추가로 대피하는 등 4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도시를 덮친 물의 수위가 한때 최고 12m까지 상승하면서 최소 7명의 주민이 실종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해당 지역에 매설한 지뢰 수만 개가 유실돼 재해 복구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주변 지역의 농업용수 등 물 부족 현상도 우려된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역시 기후가 건조해 카호우카 댐과 가까운 운하에서 나오는 담수에 의존해왔다. 약 300만 명의 주민에게 전력을 공급해온 수력발전소가 파괴돼 전력 공급 차질도 예상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관련 대책 회의를 한 뒤 “댐 파괴로 수십만 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크라이나의 개혁과 재건, 복원을 돕는 4년짜리 국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돕겠다고 밝혔다. OECD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를 OECD 예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김리안/이현일 기자 knra@hankyung.com
7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물 밀 가격은 전날 대비 0.4% 떨어진 부셸당 6.25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장중 한때 약 2% 오른 6.47달러를 찍은 뒤 소강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밀 가격은 최근 5거래일 사이에 4%가량 상승했다.
7월물 옥수수 가격도 전날보다 1%가량 오른 부셸당 6.1달러를 기록한 뒤 현재 6.05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귀리도 0.73% 오름세를 보였다.
주요 농산물 가격이 뛴 것은 러시아군 점령지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폭파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우크라이나의 농업 컨설팅 기업 우크라그로컨설트는 “카호우카 댐 폭파로 인해 드니프로 강변에서 생산돼온 작물과 농업 장비 등의 손상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댐 파괴로 '물의 장벽'…"우크라 대반격 경로 방해"
흑해 곡물 협정의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진 것도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러시아는 전투 중에도 흑해 항로를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안전하게 수출하도록 하는 데 한시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가 협정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러시아산 암모니아 수출 재개를 내걸었지만, 최근 암모니아 운송 파이프라인이 붕괴됐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댐과 파이프라인 폭파가 상대방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범인’이 어느 쪽이건 간에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직후 벌어진 카호우카 댐 붕괴는 곡물 가격뿐 아니라 전쟁 향방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반격으로 영토를 탈환한 뒤 러시아를 휴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던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영국 BBC방송은 “어느 쪽이 댐을 파괴했든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체스판’을 흔들어 우크라이나가 오랫동안 공언해온 반격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 통로 서쪽에 ‘물의 장벽’이 세워진 모양새여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대반격의 주된 타깃이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 육상 통로를 끊는 것이 핵심 전략 목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해 왔다.
뮌헨안보회의 회원인 전직 독일 국방부 당국자 니코 랑게는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한 인터뷰에서 드니프로 강의 범람으로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전선을 돌파하는 것이 이제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 방면에 배치했던 병력을 빼 우크라이나군의 공세가 예상되는 다른 전선을 보강할 수 있게 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강 범람으로 인한 민간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강 주변 마을 약 80곳 가운데 수십 곳이 침수됐으며, 1만7000여 명의 주민이 집을 잃고 이재민이 됐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드니프로 강 쪽에서도 2만5000명이 추가로 대피하는 등 4만 명 이상이 홍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도시를 덮친 물의 수위가 한때 최고 12m까지 상승하면서 최소 7명의 주민이 실종됐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해당 지역에 매설한 지뢰 수만 개가 유실돼 재해 복구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주변 지역의 농업용수 등 물 부족 현상도 우려된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역시 기후가 건조해 카호우카 댐과 가까운 운하에서 나오는 담수에 의존해왔다. 약 300만 명의 주민에게 전력을 공급해온 수력발전소가 파괴돼 전력 공급 차질도 예상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관련 대책 회의를 한 뒤 “댐 파괴로 수십만 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크라이나의 개혁과 재건, 복원을 돕는 4년짜리 국가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을 돕겠다고 밝혔다. OECD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를 OECD 예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바 있다.
김리안/이현일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