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오르는데 왜 증시까지 급등…골치 아픈 파월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매파적 동결' vs '말로만 매파'…누가 맞을까 / 美증시 주간전망
미국 중앙은행(Fed)의 초고속 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1년여 만에 제로금리는 5%대로 올랐습니다. 10회 연속 금리를 올린 결과입니다.이제는 뒤를 돌아보고 초고속 긴축의 영향을 살펴보겠다는 게 Fed 지도부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여차하면 다시 금리 인상을 재개하겠다는 엄포도 빼놓지 않습니다. 이른바 '매파적 동결'입니다.
하지만 그 엄포는 공포탄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 번 브레이크를 밟으면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Fed의 움직임을 소위 '말로만 매파'로 보고 있습니다.
두 가설 모두 많은 가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제조건 하나만 삐끗해도 가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결론이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국 유럽 일본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돼 있어 양측의 전망은 수시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매파적 동결'과 '말로만 매파'의 대립을 중심으로 '슈퍼 위크'의 이슈와 일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현재 블룸버그 패널 집계로는 5월 CPI가 전년 동기대비 4.1% 상승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4.9%였던 4월 CPI에 비해 상승률이 많이 둔화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월 대비 상승률도 0.4%에서 0.2%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와 음식료를 뺀 근원 CPI가 문제입니다. 5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3%로 4월(5.5%)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 전망치도 0.4%로 4월과 동일합니다.
전문가들은 5월 CPI가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CPI 상승률이 3%대로 떨어지거나 근원 CPI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동결을 넘어 '금리 인상 종결'에 대한 기대가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전체 CPI 둔화폭이 크지 않거나 근원 CPI가 여전히 끈적끈적하다면 '매파적 동결'이나 '6월 인상'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물가 전망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전면전에 가까워지면서 곡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건 인플레이션에 악재인 건 분명합니다. 또한 언젠가는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주거비가 여전히 견고한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럼에도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노동시장이 조금씩 식고 있는 건 호재입니다.
하지만 매파적 기조를 보일 요인도 적지 않습니다. 4월 이전에 비해 은행 위기 가능성이 줄면서 금융조건이 다소 완화됐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로 인한 은행 대출 축소도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글로벌 증시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연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이 때문에 Fed가 분명 순순히 금리를 동결하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Fed가 6월 FOMC에서 매파적 행보를 보여줄 형식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점도표와 경기전망을 통해 향후 금리 인상 여지를 남기는 것입니다. 3월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이 연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연 5.1%였습니다. 이 전망치를 6월 점도표에서 5.4% 가량으로 올리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올리고 실업률 전망치는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가 좋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잘 견디니 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파월 의장의 발언입니다.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은 끝나지 않았다"거나 "금리 인하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증시와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내 평온함을 되찾았습니다. 미국은 미국이요, 호주 캐나다와 다르다는 겁니다. 호주는 아직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보다 높습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겁니다. 캐나다는 실질금리가 플러스지만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의 실질금리는 이미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미국 CPI와 개인소비지출(PCE)은 연 4%대고 기준금리 상단은 연 5.2%입니다. 근원물가는 잘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실질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Fed가 향후 금리인상 엄포를 놓는 건 '블러핑'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연말 금리 중간값으로 올린 만큼 FOMC 때마다 매파적 기조 발언만 이어주면 긴축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금리 인상기에 동결한 뒤 다시 단기간 내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파월 의장의 말대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에서 인플레 완화, 노동시장 정상화가 추세적으로 확인돼야 금리 인상 종결 기조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대거 나옵니다. 이번 주는 그야말로 인플레 주간입니다. 12일 뉴욕 연은의 5월 기대인플레율을 시작으로 13일 5월 CPI, 14일 PPI, 15일 소매판매, 16일 미시간대 5월 기대인플레율까지 물가 및 소비지표가 잇따라 공개됩니다. 여기서 인플레 완화가 계속 확인돼야 긴축 종말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3일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미 하원 금융위에 출석해 미국과 국제 금융 시장 상황에 대해 보고를 할 예정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연 4%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0%가 넘었던 물가상승률이 6%대로 내려왔긴 했지만 물가목표의 3배 이상인 인플레는 여전히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발언이 향후 금리인상 경로를 예단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전망입니다.
국제 정세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결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또다시 전술핵 카드를 내놨습니다. 이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이 12일 백악관에서 만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동에 이어 이번 주말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Fed의 매파 본능을 부추길 요인과 비둘기로 선회하도록 하는 요인이 혼재해 있습니다. 실질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뉴욕증시가 급등하는 상황.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 실업률은 올라가도 신규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는 노동시장. 공급 부족은 완화해도 여전히 남아도는 초과저축.
이런 상반된 변수 속에서 파월 의장은 어떤 결단을 하고 무슨 얘기를 할까요. 13일 CPI와 다음날 FOMC를 유심히 지켜봐야할 이유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하지만 그 엄포는 공포탄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한 번 브레이크를 밟으면 되돌리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Fed의 움직임을 소위 '말로만 매파'로 보고 있습니다.
두 가설 모두 많은 가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전제조건 하나만 삐끗해도 가정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 결론이 뒤집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국 유럽 일본의 통화정책회의가 예정돼 있어 양측의 전망은 수시로 바뀔 수 있습니다. '매파적 동결'과 '말로만 매파'의 대립을 중심으로 '슈퍼 위크'의 이슈와 일정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인플레 완화 중" vs "여전히 끈적끈적"
13일(현지시간) 5월 CPI가 발표됩니다. FOMC가 열리는 첫날 발표되는 지표인 데다 인플레이션을 대표하는 지수라 이번 FOMC 전체 분위기를 결정할 변수로 꼽힙니다.현재 블룸버그 패널 집계로는 5월 CPI가 전년 동기대비 4.1% 상승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4.9%였던 4월 CPI에 비해 상승률이 많이 둔화했습니다. 같은 기간 전월 대비 상승률도 0.4%에서 0.2%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와 음식료를 뺀 근원 CPI가 문제입니다. 5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3%로 4월(5.5%)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전월 대비 상승률 전망치도 0.4%로 4월과 동일합니다.
전문가들은 5월 CPI가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CPI 상승률이 3%대로 떨어지거나 근원 CPI가 시장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동결을 넘어 '금리 인상 종결'에 대한 기대가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전체 CPI 둔화폭이 크지 않거나 근원 CPI가 여전히 끈적끈적하다면 '매파적 동결'이나 '6월 인상'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물가 전망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전면전에 가까워지면서 곡물가가 들썩이고 있는 건 인플레이션에 악재인 건 분명합니다. 또한 언젠가는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 주거비가 여전히 견고한 것도 달갑지 않은 소식입니다. 그럼에도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올라가면서 노동시장이 조금씩 식고 있는 건 호재입니다.
중요한 건 동결 여부와 점도표
14일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과 필립 재퍼슨 Fed 부의장 지명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등 Fed 핵심 인사들이 6월에 금리 인상을 건너 뛸 것(skip)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타결로 미국 국채가 시중에 쏟아져 나와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공산이 커 Fed가 속도조절을 할 명분도 생겼습니다. Fed는 10주 연속 양적긴축(QT)을 하다 지난주에 QT도 일시적으로 속도조절을 했습니다.하지만 매파적 기조를 보일 요인도 적지 않습니다. 4월 이전에 비해 은행 위기 가능성이 줄면서 금융조건이 다소 완화됐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부실로 인한 은행 대출 축소도 아직까지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가계의 초과저축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글로벌 증시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연고점을 돌파했습니다. 이 때문에 Fed가 분명 순순히 금리를 동결하지는 않을 것으로 시장 참가자들은 보고 있습니다. Fed가 6월 FOMC에서 매파적 행보를 보여줄 형식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점도표와 경기전망을 통해 향후 금리 인상 여지를 남기는 것입니다. 3월 점도표에서 FOMC 위원들이 연말 금리 전망 중간값은 연 5.1%였습니다. 이 전망치를 6월 점도표에서 5.4% 가량으로 올리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올리고 실업률 전망치는 내릴 가능성이 큽니다. 경기가 좋고 노동시장이 여전히 잘 견디니 금리를 올릴 여지가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파월 의장의 발언입니다.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은 끝나지 않았다"거나 "금리 인하는 기대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실질금리가 금리 인상을 막을 것"
이미 호주와 캐나다가 금리 동결 후에도 인상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습니다. 이로 인해 잠시 긴축 공포가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하지만 뉴욕증시와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내 평온함을 되찾았습니다. 미국은 미국이요, 호주 캐나다와 다르다는 겁니다. 호주는 아직 물가상승률이 기준금리보다 높습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겁니다. 캐나다는 실질금리가 플러스지만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반면 미국의 실질금리는 이미 플러스로 전환됐습니다. 미국 CPI와 개인소비지출(PCE)은 연 4%대고 기준금리 상단은 연 5.2%입니다. 근원물가는 잘 떨어지지 않고 있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은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를 동결해도 실질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Fed가 향후 금리인상 엄포를 놓는 건 '블러핑'에 불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연말 금리 중간값으로 올린 만큼 FOMC 때마다 매파적 기조 발언만 이어주면 긴축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금리 인상기에 동결한 뒤 다시 단기간 내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파월 의장의 말대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에서 인플레 완화, 노동시장 정상화가 추세적으로 확인돼야 금리 인상 종결 기조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가 대거 나옵니다. 이번 주는 그야말로 인플레 주간입니다. 12일 뉴욕 연은의 5월 기대인플레율을 시작으로 13일 5월 CPI, 14일 PPI, 15일 소매판매, 16일 미시간대 5월 기대인플레율까지 물가 및 소비지표가 잇따라 공개됩니다. 여기서 인플레 완화가 계속 확인돼야 긴축 종말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13일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미 하원 금융위에 출석해 미국과 국제 금융 시장 상황에 대해 보고를 할 예정입니다.
유럽도 미국 따라가나
한국시간으로 15일 목요일은 글로벌 금리 결정의 날입니다. 새벽 3시 미국을 시작으로 대만, 홍콩에 이어 오후 9시15분엔 유럽이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연 3.75%에서 연 4%로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0%가 넘었던 물가상승률이 6%대로 내려왔긴 했지만 물가목표의 3배 이상인 인플레는 여전히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발언이 향후 금리인상 경로를 예단할 수 있는 단서가 될 전망입니다.
국제 정세도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선 결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또다시 전술핵 카드를 내놨습니다. 이 와중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이 12일 백악관에서 만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동에 이어 이번 주말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Fed의 매파 본능을 부추길 요인과 비둘기로 선회하도록 하는 요인이 혼재해 있습니다. 실질금리가 올라가고 있는 가운데 뉴욕증시가 급등하는 상황.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인플레. 실업률은 올라가도 신규 일자리는 증가하고 있는 노동시장. 공급 부족은 완화해도 여전히 남아도는 초과저축.
이런 상반된 변수 속에서 파월 의장은 어떤 결단을 하고 무슨 얘기를 할까요. 13일 CPI와 다음날 FOMC를 유심히 지켜봐야할 이유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