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재택근무 확산을 주도했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원들을 설득하기 어려웠지만 대규모 감원 이후 빅테크 직원들도 사무실 출근을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구글, 메타, 세일즈포스, 리프트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빅테크기업들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업무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재택근무 정책을 뒤집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업체 JLL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역에서 근로자 60만명이 사무실 복귀 명령에 서명했다. 그 가운데 테크업계는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오는 9월까지 8만5000명이 추가로 사무실로 돌아갈 예정이다. 제이콥 로우든 연구매니저는 "1년 전에는 '사무실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게 더 쉬웠다"면서 "지난 1년 동안 테크업계는 재택근무에 친화적이지 않은 분야로 극명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원조' 빅테크, 지난달 20만명 사무실 복귀
이같은 변화는 테크업계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업별 정리해고 규모를 집계하는 레이오프닷에프와이아이에 따르면 올해 테크업계의 정리해고는 20만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사무실 근무가 업무 효율성을 높인다는 회사의 주장에 대해 테크업계에서는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구글은 현재 대부분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3일은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회사 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무실로 출근 여부가 성과 평가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하기까지 했다. 계속해서 사무실로 나오지 않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무실과 집에서 일하는 것을 섞어놓은 하이브리드 워크를 장려할 계획이다.

이에 노조는 "구글 직원들이 유연근무제로 일하면서도 수준 높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전문성이 무시되고 모호한 출석 추적 방식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직원들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회사의 정책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재택근무 '원조' 빅테크, 지난달 20만명 사무실 복귀
메타도 원격근무에 대한 입장을 뒤집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회사로 오프라인 출근 시절에 입사한 엔지니어가 원격근무 기간 입사한 사람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린다"며 직원들이 함께 일하는 것을 장려했다. 이달 초 메타는 사무실에 배정된 직원들에게 9월부터 일주일에 3일 출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직원의 65%가 일주일에 1~3일 사무실에 출근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올해 초 고객 대면 역할을 맡은 직원들은 일주일에 4일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한다고 정책을 바꿨다.

차량 공유 플랫폼 리프트는 지난해 봄에는 직원들이 어디서나 무기한으로 일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난 4월말 1000명 이상을 정리해고한 뒤 원격근무 정책을 뒤집었다. 원격 근무로 지정된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이 일주일에 3일 출근하도록 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