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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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진단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반짝 반등’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꿈틀대는 日 경제…잃어버린 30년 탈출이냐, 반짝 반등이냐
표면적으로 일본의 각종 경제지표는 지난 20~30년 동안 경험한 적 없는 활력이 넘친다. 18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 8일 발표된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연율 2.7%였다. 5월 발표된 잠정치보다 1.1%포인트 급등했다. 1분기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는 1.4% 늘었다. 작년 4분기 0.6% 감소에서 반등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 수주는 4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3개월 만에 반등했다.

닛케이225지수도 33년 만에 33,0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주 연속 일본 주식을 4조5000억엔(약 40조7516억원)어치 순매수한 덕분이었다. 5월 무역수지는 2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적자 폭은 42% 감소했다. 무역적자가 줄면서 4월 경상수지 흑자는 1조8951억엔으로 76.3% 급증했다. 올해 일본의 임금인상률은 3.7%로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5% 상승해 13개월 연속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최근의 지표 개선을 주요국 경제 가운데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세가 가장 더딘 데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매 분기 성장과 역성장을 번갈아 나타냈다. 그 결과 2022년 경제성장률은 1.4%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최근 일본 경제의 활력은 주요국이 이미 지난해 경험한 회복세가 1년 늦게 나타난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한다. 일본은행이 매 분기 기업의 경기 판단을 조사하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칸)에서 4월 대기업 지수는 ‘1’로 5분기 연속 악화했다. ‘경기가 좋다’는 대기업이 ‘나쁘다’는 기업보다 불과 한 곳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일본 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 지표는 더욱 부진하다. 임금인상률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4월 3.0% 감소했다. 일본의 실질임금은 1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1분기 GDP가 반짝 상승한 가운데서도 소비는 0.1% 감소한 이유다.

경제의 기초 체력을 나타내는 환율도 기록적인 약세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141엔으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작년 11월 일본은행은 2023년 일본 경제가 1.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4월 일본은행은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반년 만에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일본 정부의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내각부는 전체적인 경기를 6개월 연속 “제자리걸음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일본은행은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