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유상증자 참여 소식에...CJ 주주들 볼멘소리 [하헌형의 드라이브스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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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주주 배정 유상증자 또 참여키로
4500억어치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현물출자도
팬데믹 이후 3년간 지원 규모 총 8000억 육박
CJ "미래 신사업 발굴 위한 것"
투자업계 "CGV 빚 갚기 위해 또 '총대'"
4500억어치 올리브네트웍스 주식 현물출자도
팬데믹 이후 3년간 지원 규모 총 8000억 육박
CJ "미래 신사업 발굴 위한 것"
투자업계 "CGV 빚 갚기 위해 또 '총대'"
CJ그룹 지주회사 CJ㈜가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멀티플렉스 자회사 CJ CGV에 유상증자를 통해 5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하자 주식시장에서는 "또?"라는 반응이 나왔다. CJ는 "경영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라 CJ CGV가 극장의 미래를 견인하는 '미래 공간 사업자'로 거듭나게 하려는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투자업계에선 "CJ CGV가 2020년 이후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으로 떠안은 막대한 채무를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CJ가 또다시 '총대'를 멘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CJ CGV에 대한 CJ의 대규모 자금 지원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가 절정이던 2020년에도 3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그해 8월 CJ CGV 유상증자에 828억원 규모로 참여한 데 이어 12월엔 2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도 매입했다. 그 이듬해에는 연 1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 사업 부문을 떼 내 CJ CGV에 넘겨 줬다. 이번 증자에 참여하면 3년간 CJ CGV에 투입한 금액은 총 8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CJ CGV 관계자는 "이번에 지원받은 돈으로 고객들에게 극장에서의 새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는 '넥스트(next) CGV'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선 올 하반기 중도 상환일이 연달아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이나 단기 차입금 원리금을 갚는 데 상당 금액이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CJ CGV는 오는 10~12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2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중도 상환일을 맞는다. 신종자본증권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할 부채다. 발행 당시 투자자와 정한 중도 상환일에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연 이자율이 2%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구조다.
가령 CJ CGV가 2021년 12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발행액 1600억원)을 1차 중도 상환일인 오는 12월 상환하지 않으면 연 이자 부담은 기존 88억원에서 12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지난 3년 평균 이자보상배율(상각 전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이 1에 못 미치는 CJ CGV로선 작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1조300억원,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은 338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쌓아 놓은 현금성 자산이 3669억원에 불과한 데다 이익도 나지 않는 상황이라 자기 힘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잡지 않아도 CJ CGV 부채비율은 912%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CJ CGV는 올 1분기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년 동기(549억원)보단 손실이 70% 넘게 줄었지만, 직전 분기(134억원) 대비로는 5%가량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도 약 153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국 영화관 관객 수는 총 1163만1935명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같은 기간(4693만3590명)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영화 티켓값이 급등한 데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극장을 대신하게 되면서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관객들이 쉽사리 극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영화 상영만으로는 코로나 전과 같은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CJ CGV는 "'4DX' '스크린X' 등 특별 상영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CJ그룹 주요 계열사 중 불황에도 호실적을 내며 선방하는 곳은 CJ올리브영과 CJ대한통운 등 두 곳 정도밖에 없다. 그룹 '맏형'인 CJ제일제당은 원재룟값 상승 등 여파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했다.
무엇보다 그룹 핵심축 중 하나인 CJ ENM의 부진이 뼈아프다. CJ ENM은 '토종' OTT인 티빙의 부진 등으로 인해 1분기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CJ로선 엔데믹 수혜를 누릴 수 있는 CJ CGV의 실적 회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CJ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CJ가 지분 48.5%를 들고 있는 CJ CGV가 향후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CJ의 대규모 자금 지원 소식에 정작 CJ CGV 주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자 규모(7470만 주)가 상장 주식 수(4772만8069주)의 1.5배가 넘는 데다, 신주 발행가 역시 7630원으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3년 만에 1조대 증자
CJ는 오는 9월 5700억원 규모의 CJ CGV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00억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지난 20일 공시했다. 이와 별개로 100%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 전량에 대한 현물출자 증자를 통해 4500억원가량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과 CJ CGV 주식 맞교환을 통해 'CJ→CJ CGV→CJ올리브네트웍스'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가 만들어진다. 두 차례 증자가 완료되면 CJ CGV는 1조원이 넘는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CJ CGV에 대한 CJ의 대규모 자금 지원은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가 절정이던 2020년에도 3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했다. 그해 8월 CJ CGV 유상증자에 828억원 규모로 참여한 데 이어 12월엔 2000억원어치 신종자본증권도 매입했다. 그 이듬해에는 연 1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CJ올리브네트웍스 광고 사업 부문을 떼 내 CJ CGV에 넘겨 줬다. 이번 증자에 참여하면 3년간 CJ CGV에 투입한 금액은 총 8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CJ CGV 관계자는 "이번에 지원받은 돈으로 고객들에게 극장에서의 새 경험을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을 발굴하는 '넥스트(next) CGV'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투자업계에선 올 하반기 중도 상환일이 연달아 도래하는 신종자본증권이나 단기 차입금 원리금을 갚는 데 상당 금액이 쓰일 것으로 보고 있다.
CJ CGV는 오는 10~12월에만 세 차례에 걸쳐 총 28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중도 상환일을 맞는다. 신종자본증권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라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원금에 이자까지 쳐서 갚아야 할 부채다. 발행 당시 투자자와 정한 중도 상환일에 원리금을 갚지 않으면 연 이자율이 2%포인트 이상 높아지는 구조다.
가령 CJ CGV가 2021년 12월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발행액 1600억원)을 1차 중도 상환일인 오는 12월 상환하지 않으면 연 이자 부담은 기존 88억원에서 12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지난 3년 평균 이자보상배율(상각 전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것)이 1에 못 미치는 CJ CGV로선 작지 않은 부담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CJ CGV의 신종자본증권 미상환 잔액은 1조300억원,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 차입금은 3383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쌓아 놓은 현금성 자산이 3669억원에 불과한 데다 이익도 나지 않는 상황이라 자기 힘으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을 부채로 잡지 않아도 CJ CGV 부채비율은 912%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잇단 지원에도 적자 탈출 안갯속
문제는 잇따른 지원에도 영화관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CJ CGV의 실적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막대한 지원이 또다시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CJ CGV는 올 1분기 141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전년 동기(549억원)보단 손실이 70% 넘게 줄었지만, 직전 분기(134억원) 대비로는 5%가량 늘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도 약 153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KOBIS)에 따르면 지난 1~5월 전국 영화관 관객 수는 총 1163만1935명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같은 기간(4693만3590명)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 멀티플렉스 업체 관계자는 "영화 티켓값이 급등한 데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극장을 대신하게 되면서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관객들이 쉽사리 극장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영화 상영만으로는 코로나 전과 같은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CJ CGV는 "'4DX' '스크린X' 등 특별 상영관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상황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CJ그룹 주요 계열사 중 불황에도 호실적을 내며 선방하는 곳은 CJ올리브영과 CJ대한통운 등 두 곳 정도밖에 없다. 그룹 '맏형'인 CJ제일제당은 원재룟값 상승 등 여파로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1% 급감했다.
무엇보다 그룹 핵심축 중 하나인 CJ ENM의 부진이 뼈아프다. CJ ENM은 '토종' OTT인 티빙의 부진 등으로 인해 1분기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CJ로선 엔데믹 수혜를 누릴 수 있는 CJ CGV의 실적 회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했다. CJ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CJ가 지분 48.5%를 들고 있는 CJ CGV가 향후 3세 경영 승계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CJ의 대규모 자금 지원 소식에 정작 CJ CGV 주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자 규모(7470만 주)가 상장 주식 수(4772만8069주)의 1.5배가 넘는 데다, 신주 발행가 역시 7630원으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