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마존이 대주주로 있는 전기 트럭 스타트업 리비안이 테슬라의 전기충전 기술 표준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모델3와 모델Y로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어낸 테슬라가 충전시스템 생태계까지 접수하면서 ‘제2의 도약’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버트 스캐린지 리비안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리비안 운전자는 내년부터 테슬라 충전 시스템인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다”며 “2025년부터 차량에 슈퍼차저 충전 포트를 장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최근 슈퍼차저를 이용하겠다고 테슬라와 합의한 데 이은 것이다. 톰 나라얀 RBC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슈퍼차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서 사실상 전 세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사마저 테슬라와 손잡아

'아마존 전기차' 리비안도 합류…테슬라, 충전 표준 장악했다
테슬라가 10여 년 전 뿌린 충전 인프라가 세계 전기차 충전 표준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경쟁사인 포드와 GM이 각각 지난달 25일과 이달 8일 테슬라 슈퍼차저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뒤 테슬라로의 쏠림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모터인텔리전스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시장점유율은 62.6%에 달했다. GM(8.0%), 포드(4.2%)까지 더하면 시장점유율은 75%에 육박한다. 북미지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는 기업이라면 테슬라의 충전 표준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충전 인프라에서 테슬라와 손을 잡는 것은 슈퍼차저가 미국 전역에 거미줄처럼 깔려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2012년 9월부터 슈퍼차저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의 슈퍼차저 충전소는 미국 전역 1800곳에 조성돼 있다. 충전소에 설치된 고속충전기는 1만9400여 개에 이른다. 이는 미국 전체 고속충전기의 약 60%에 해당한다. 아직은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는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독자적인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테슬라가 미국 전역에 구축한 충전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그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전기차 신모델 개발과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

○AI로 경쟁 업체와 차별화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테슬라의 충전 네트워크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에서 크라이슬러, 푸조, 피아트, 시트로엥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스텔란티스도 20일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슈퍼차저를 선택하는 것은 밀물이 모든 배를 밀어올리는 것과 비슷하다”며 “스텔란티스도 결국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투자은행(IB) 파이퍼샌들러는 비(非)테슬라 전기차 소유자가 슈퍼차저를 이용하면 테슬라가 추가로 올릴 수 있는 매출이 2030년 30억달러, 2032년 5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테슬라는 초기부터 자동차가 아니라 인공지능(AI) 솔루션 회사로 포지셔닝하면서 회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차별화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AI로 관리하며 효율을 계속 높여왔다. 다른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완전자율주행(FSD) 기능도 AI 학습을 통해 구축했다. 다른 전기차 업체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한 부분이다. 지난해 공개한 FSD 베타를 가동해 주행한 거리는 1억5000만 마일을 돌파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