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달러’라는 새 이정표를 썼다. PC 제조사로 출발한 애플은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영역 확장에 나섰고, 2011년 8월 글로벌 시총 1위 기업 자리에 올랐다. 이후 아이폰으로 모바일 생태계에 진출하며 2018년 ‘꿈의 시총’인 1조달러를 뚫었고 2년 뒤인 2020년 2조달러의 벽도 넘어섰다.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온 반도체 자체 개발 역량이 빛을 발하면서 3조달러의 문마저 열어젖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 생태계’ 무한 확장

애플, 거침없는 질주…'시총 3조弗' 진입
애플 주가는 3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날보다 2.71달러(1.43%) 오른 192.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부터 오름세를 지속, 역대 최고치를 재차 경신하면서 시총 3조달러 돌파 기준선이었던 190.73달러를 넘어섰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1월 3일에 장중 3조달러를 돌파한 적이 있지만, 당시 종가 기준으로는 3조달러에 못 미친 채로 마감했다.

애플 시총이 1조달러를 넘어선 건 2018년 1월 3일이다. 이 회사가 ‘꿈의 시총’에 올라설 수 있었던 성장동력은 아이폰을 필두로 한 모바일 생태계다. 애플은 하나의 아이디로 아이폰, 맥북, 아이패드 등 기기를 연결해 쓸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은 이후 다양한 콘텐츠를 보강해 한 차원 높은 ‘애플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다양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음악(애플뮤직), OTT(애플TV+), 게임(애플아케이드), 금융(애플페이) 등 서비스 분야까지 생태계를 확장했다. 애플 기기 사용자들이 생태계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반복 소비하며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생태계 효과에 힘입어 애플 시총은 2020년 8월 19일 2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실리콘’으로 부품 내재화

애플이 3조달러의 벽마저 넘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애플실리콘’으로 잘 알려진 반도체 자체 개발 능력이다. 애플은 2005년부터 자사 컴퓨터에 인텔 칩셋을 사용했다. 하지만 생태계 확장 및 부품 내재화를 위해 인텔과 결별하고 자체 개발에 나섰다. 이렇게 나온 결과물이 2020년 10월 공개한 PC용 칩셋 ‘M1’이다.

M1은 아이폰에 탑재된 A14 바이오닉을 기반으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하나의 기판에 얹은 시스템온칩(SoC)이다. 인텔, AMD 등 데스크톱용 CPU 제조사들은 x86 아키텍처(설계)를 사용한다. 반면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ARM의 설계를 주로 쓴다. 애플의 A시리즈 역시 ARM 기반이다.

아이폰 앱을 컴퓨터에서 쓰는 것도 가능해졌다. 애플은 고성능이 필요한 작업을 위해 M1프로, M1맥스, M1울트라 등을 잇달아 내놨다. 지난해 후속 모델인 M2를 장착한 제품도 출시했다.

이처럼 애플은 자체 개발한 애플실리콘으로 원가를 절감하는 동시에 애플이 만든 모든 제품 간 연결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체 가운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제품 간 생태계를 모두 확보한 애플만 가능한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이승우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