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영 1위 내준 지리 "고급 전기차 지커+배터리 스왑으로 승부"[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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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 6월 판매량 처음으로 1만대 돌파
20년 이상 제조 경력, 전기차에서도 강점으로 부각
'59초만에 완료' 배터리 스왑으로 새 시장 개척
볼보·프로톤 등 인수 … 벤츠와 협업도
중국 자동차 시장은 판매량에서 세계 최대이기도 하지만, 변화 속도에서도 세계 최고로 꼽힌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차 등)의 비중은 2020년 6%에서 2021년 13%, 2022년 25.6%로 뛰었다. 올해는 33%로 전망된다.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부상한 기업이 비야디(BYD)다. 대응에 늦어 뒤처진 업체도 있다. 한때 민간 1위를 달렸던 지리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리가 그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한 '배터리 스왑' 등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 회복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리는 지리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리그룹의 주력 완성차 업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중국 민영 완성차업체 가운데 판매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비야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리와 비야디의 판매량은 2021년 각각 133만대, 72만대였지만 2022년에는 139만대, 185만대로 역전됐다. 지리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했다. 중저가 중심의 비야디와 달리 고급 브랜드 '지커'를 2021년 10월 출범시켰다. 지커의 주력 모델인 '001'은 가격이 30만위안(약 540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가 스포츠 세단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타깃으로 삼는 테슬라의 모델3가 23만위안에서 시작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지리가 가격을 높게 책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커는 최근 중국 전기차 신세력으로 꼽히는 리샹이나 웨이라이(NIO), 샤오펑 등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판매량은 1만620대로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했다. 올 1~6월 판매량은 3116대, 5455대, 6663대, 8101대, 8678대, 1만620대 등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커 001은 30만위안짜리 기본 모델이 272마력, 완전 충전 시 주행거리 742㎞의 성능을 갖췄다. 지리그룹 계열사인 볼보, 고성능 전기차 업체 폴스타 등과 협업하면서 확보한 첨단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중국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완성차 기업으로서 20년 이상 제조 경력을 쌓아왔다는 점도 있다. 신생 업체들에 비해 품질 안정성이나 애프터 서비스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지리는 2017년부터 독자적으로 배터리 스왑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21년 9월 'E에너지'라는 브랜드의 교환소를 서부 대도시 충칭에 처음으로 열었으며 2025년까지 5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통상 다른 업체의 배터리 스왑은 주유 시간과 비슷한 5~10분 걸린다. 지리는 번호판 자동 등록으로 결제 시간을 줄이고 배터리 교체 방식도 개선해 진입에서 교체, 결제 및 퇴장까지 모든 과정을 59초 만에 완료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리는 현재 1회 교체 비용 65위안 수준으로 배터리 스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리 관계자는 "배터리 스왑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지리의 자동차를 더 많이 파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리는 '시간이 돈'인 택시와 화물 트럭 등을 중심으로 배터리 스왑 시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지리는 2021년 11월 배터리 스왑 시스템을 장착한 전기트럭 브랜드 '홈트럭'을 공개했다. 2024년 첫 양산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57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18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다임러트럭 등을 갖고 있는 독일 다임러그룹의 지분 9.69%를 인수했고, 이어 벤츠와 소형 전기차 합작사인 스마트를 설립했다.
이런 해외 브랜드를 확보하면서도 지리그롭은 경영에 간섭하는 대신 자율성을 보장하고, 협력을 기반으로 지리자동차 등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덕에 그룹의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리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한 지리자동차의 주가는 지난 4일 기준 10.1홍콩달러로 최근 한 달 사이 7.8% 상승했다. 최근 3개월 사이 중국과 홍콩 증권사 4곳이 제시한 목표가는 14.5~15.1홍콩달러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20년 이상 제조 경력, 전기차에서도 강점으로 부각
'59초만에 완료' 배터리 스왑으로 새 시장 개척
볼보·프로톤 등 인수 … 벤츠와 협업도
중국 자동차 시장은 판매량에서 세계 최대이기도 하지만, 변화 속도에서도 세계 최고로 꼽힌다. 전체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차 등)의 비중은 2020년 6%에서 2021년 13%, 2022년 25.6%로 뛰었다. 올해는 33%로 전망된다.
시장의 중심이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부상한 기업이 비야디(BYD)다. 대응에 늦어 뒤처진 업체도 있다. 한때 민간 1위를 달렸던 지리자동차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리가 그저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한 '배터리 스왑' 등을 내세워 시장 점유율 회복에 시동을 걸고 있다.
빠르게 부상하는 고급 전기차 지커
지리는 지리홀딩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리그룹의 주력 완성차 업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중국 민영 완성차업체 가운데 판매 1위를 달렸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비야디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리와 비야디의 판매량은 2021년 각각 133만대, 72만대였지만 2022년에는 139만대, 185만대로 역전됐다. 지리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했다. 중저가 중심의 비야디와 달리 고급 브랜드 '지커'를 2021년 10월 출범시켰다. 지커의 주력 모델인 '001'은 가격이 30만위안(약 540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가 스포츠 세단이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타깃으로 삼는 테슬라의 모델3가 23만위안에서 시작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지리가 가격을 높게 책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커는 최근 중국 전기차 신세력으로 꼽히는 리샹이나 웨이라이(NIO), 샤오펑 등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6월 판매량은 1만620대로 브랜드 출범 이후 처음으로 1만대를 돌파했다. 올 1~6월 판매량은 3116대, 5455대, 6663대, 8101대, 8678대, 1만620대 등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커 001은 30만위안짜리 기본 모델이 272마력, 완전 충전 시 주행거리 742㎞의 성능을 갖췄다. 지리그룹 계열사인 볼보, 고성능 전기차 업체 폴스타 등과 협업하면서 확보한 첨단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중국 소비자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완성차 기업으로서 20년 이상 제조 경력을 쌓아왔다는 점도 있다. 신생 업체들에 비해 품질 안정성이나 애프터 서비스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59초만에 완료' 배터리 스왑
지리가 전기차 시장을 잡기 위해 내세운 또 다른 전략은 '배터리 스왑'이다. 배터리 스왑은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환소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완전히 충전된 배터리로 바꾸는 서비스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인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꼽힌다. 하지만 교환소 설치 비용이 충전소보다 비싸고, 전기차마다 배터리가 제각각이라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지리는 2017년부터 독자적으로 배터리 스왑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21년 9월 'E에너지'라는 브랜드의 교환소를 서부 대도시 충칭에 처음으로 열었으며 2025년까지 50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통상 다른 업체의 배터리 스왑은 주유 시간과 비슷한 5~10분 걸린다. 지리는 번호판 자동 등록으로 결제 시간을 줄이고 배터리 교체 방식도 개선해 진입에서 교체, 결제 및 퇴장까지 모든 과정을 59초 만에 완료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리는 현재 1회 교체 비용 65위안 수준으로 배터리 스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리 관계자는 "배터리 스왑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지리의 자동차를 더 많이 파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리는 '시간이 돈'인 택시와 화물 트럭 등을 중심으로 배터리 스왑 시장을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지리는 2021년 11월 배터리 스왑 시스템을 장착한 전기트럭 브랜드 '홈트럭'을 공개했다. 2024년 첫 양산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57만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적극적 M&A로 성장 견인
지리그룹이 다른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해외 브랜드를 다수 확보했다는 점이다. 2010년 스웨덴 볼보를 인수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고급 전기차 브랜드 링크&코를 출범시켰다. 2017년에는 말레이시아 최대 완성차업체 프로톤을 사들이면서 프로톤이 갖고 있던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도 함께 손에 넣었다.2018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와 다임러트럭 등을 갖고 있는 독일 다임러그룹의 지분 9.69%를 인수했고, 이어 벤츠와 소형 전기차 합작사인 스마트를 설립했다.
이런 해외 브랜드를 확보하면서도 지리그롭은 경영에 간섭하는 대신 자율성을 보장하고, 협력을 기반으로 지리자동차 등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유명 브랜드를 보유한 덕에 그룹의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리고 있다. 홍콩증시에 상장한 지리자동차의 주가는 지난 4일 기준 10.1홍콩달러로 최근 한 달 사이 7.8% 상승했다. 최근 3개월 사이 중국과 홍콩 증권사 4곳이 제시한 목표가는 14.5~15.1홍콩달러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