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사우디 감산 승부수에도…계속된 하방 압력에 1%대 하락 [오늘의 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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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연장 발표에 장중 소폭 올랐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 전환했다. 시장에선 경제 둔화 우려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감산 효과를 상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6센트) 내린 배럴당 74.6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8월물 가격도 1.2%(85센트) 하락한 69.79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사우디가 하루 100만배럴(bpd) 규모의 감산 조치를 다음 달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힌 직후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사우디의 단독 감산 조치는 이달부터 시행된 상태였다. 이 나라는 지난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정례 장관급 회의 이후 유가 지지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시장에선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당시 감산 조치를 예고하면서 “7월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국제유가를 떠받치기 위한 움직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어야 사우디 재정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역시 감산에 동조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같은 날 “다음 달부터 석유 공급량을 하루 50만배럴씩 줄이겠다”고 알렸다. 러시아는 OPEC+ 회원국 중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대폭 축소하고 원유에는 가격 상한을 붙이는 등 유럽연합(EU)의 제재가 강화하자 러시아에도 본격적으로 국제유가를 띄워야 할 유인이 생겼다.
그러나 두 나라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 약세는 지속됐다. 이날 전 세계 공장 가동률이 위축됐다는 여러 지표가 발표된 영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이 집계한 6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3.4로 5월(44.8)보다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저치다. PMI는 이 지역 내 체감 경기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수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제매체 차이신과 신용평가회사 S&P가 함께 조사하는 6월 민간 PMI는 5월 50.9에서 6월 50.5로 내렸다. 로이터통신은 “올 2분기 중국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일본, 한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PMI도 줄줄이 뒷걸음질했다.
다이이치 생명보험의 니시하마 도루 신흥시장 분석가는 “아시아 제조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은 넘겼을지 모르지만, 중국 경제가 강하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약해짐에 따라 모멘텀을 잃고 있다”며 “미국 경제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이 예정돼 있어 비관론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Fed의 확고한 긴축 기조가 유가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산유국들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Fed가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가치도 덩달아 오르는데, 통상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요가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LLC 최고경영자(CEO)는 “원유는 심각한 경제적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시장은 이 맥락에서 추가 원유 감산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 지난주 WTI 가격 약세에 베팅한 헤지펀드와 금융업자들이 2017년 이후 최대치였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76센트) 내린 배럴당 74.65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 8월물 가격도 1.2%(85센트) 하락한 69.79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사우디가 하루 100만배럴(bpd) 규모의 감산 조치를 다음 달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힌 직후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사우디의 단독 감산 조치는 이달부터 시행된 상태였다. 이 나라는 지난 6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정례 장관급 회의 이후 유가 지지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시장에선 예견된 결과였다는 평가다.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당시 감산 조치를 예고하면서 “7월 이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우려에 하방 압력을 받고 있는 국제유가를 떠받치기 위한 움직임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제유가가 80달러를 넘어야 사우디 재정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 역시 감산에 동조했다. 알렉산더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같은 날 “다음 달부터 석유 공급량을 하루 50만배럴씩 줄이겠다”고 알렸다. 러시아는 OPEC+ 회원국 중에서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대폭 축소하고 원유에는 가격 상한을 붙이는 등 유럽연합(EU)의 제재가 강화하자 러시아에도 본격적으로 국제유가를 띄워야 할 유인이 생겼다.
그러나 두 나라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 약세는 지속됐다. 이날 전 세계 공장 가동률이 위축됐다는 여러 지표가 발표된 영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함부르크상업은행(HCOB)이 집계한 6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3.4로 5월(44.8)보다 떨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저치다. PMI는 이 지역 내 체감 경기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수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제매체 차이신과 신용평가회사 S&P가 함께 조사하는 6월 민간 PMI는 5월 50.9에서 6월 50.5로 내렸다. 로이터통신은 “올 2분기 중국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는 징후”라고 해석했다. 일본, 한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PMI도 줄줄이 뒷걸음질했다.
다이이치 생명보험의 니시하마 도루 신흥시장 분석가는 “아시아 제조업체들은 최악의 상황은 넘겼을지 모르지만, 중국 경제가 강하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약해짐에 따라 모멘텀을 잃고 있다”며 “미국 경제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고통이 예정돼 있어 비관론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Fed의 확고한 긴축 기조가 유가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산유국들의 움직임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Fed가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가치도 덩달아 오르는데, 통상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요가 감소하게 되기 때문이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LLC 최고경영자(CEO)는 “원유는 심각한 경제적 역풍에 직면해 있다”며 “시장은 이 맥락에서 추가 원유 감산이 뭘 의미하는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 지난주 WTI 가격 약세에 베팅한 헤지펀드와 금융업자들이 2017년 이후 최대치였다고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