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며 달러 가치가 14개월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강달러를 이끌었던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정책이 종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다. 이날 대다수 주요 통화 가치가 상승했고, 월스트리트에서는 유로화의 상승 여력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일보다 1.19% 하락한 100.52에 마감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14개월 만의 최저치다.

이날 발표된 6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0%로 2년만에 가장 낮은 데다 추정치(3.1%)를 밑돌았다. 때문에 Fed의 금리 인상 정책의 끝이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오는 25~2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Fed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하락하자 글로벌 통화시장의 다른 주요 통화들은 대부분 반등했다. 스위스 프랑의 달러 대비 가치는 1.4% 올라 2015년 이후 8년 만의 최고치로 올랐다. 유로화 가치도 유로당 1.11달러로 1.1% 상승하며 1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영국 파운드화는 1년만의 최고치까지 올랐다.



이날 엔화도 1% 이상 반등하며 환율이 달러당 140엔선에서 130엔선으로 하락했다. 이날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31개 주요 통화 중 28개가 미 CPI 발표 이후 상승했다.

월스트리트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자 유로화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경제에 제동을 걸었던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하락한 만큼 향후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도이체방크의 글로벌 외환 리서치 책임자 조지 사라벨로스는 연말 유로화의 달러 대비 가치 전망치를 1.15달러로 잡았다. 노무라증권도 유로화가 오는 9월까지 1.14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