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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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서버 기업인 인스퍼가 올 상반기 매출이 30%가량 급감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미국 제재로 첨단 반도체 구입이 막힌 탓이다. 선전증시에서 인스퍼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21세기경제보 등에 따르면 인스퍼는 상반기 이익 예고 공시를 통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익은 60~70%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날 공시했다. 인스퍼는 작년 상반기에 매출 348억위안(약 6조1800억원), 순이익 9억5430만위안을 거뒀다. 예상치를 반영하면 올 상반기 매출은 243억위안, 순이익은 2억8600만~3억8100만위안이 된다.

인스퍼는 중국 시장점유율이 50%에 달한다. 세계 시장에서도 휴렛팩커드(HP), 델과 함께 선두를 다투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 산업이 발전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서버 산업도 커지고 있다. 인스퍼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에 서버를 공급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왔다. 작년 매출은 695억위안으로 5년 전인 2017년 254억위안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인스퍼는 "전 세계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및 특수 목적 칩의 공급 부족과 같은 요인으로 상반기 매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여러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GPU는 AI 서버의 핵심 부품이다. 미국 엔비디아, AMD 등이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AI용 GPU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인스퍼는 지난 3월 미국의 수출통제 '블랙리스트'에 오르면서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의 거래가 끊겼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인민해방군 지원 등을 이유로 인스퍼, 유전자분석업체 BGI 등 28개 중국 기업을 수출통제 목록에 추가했다.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수출통제 기업에 수출하려면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제재는 인스퍼 계열사들에게도 적용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내놓은 반도체 수출통제 종합판을 통해 AI와 슈퍼컴퓨터에 활용되는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인스퍼는 이보다 낮은 수준의 반도체까지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수입할 수 있다.

21세기경제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인스퍼의 AI용 서버 판매 감소는 중국 AI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스퍼의 주가는 전날 하한가(-10%)까지 내린 41.2위안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20일 61위안을 기록했던 주가가 3주 만에 30%가량 내렸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