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갖은 핍박에도 건재…친환경 전환은 헛된 꿈? [원자재 이슈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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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석탄 수요 급증
기상 이변 주범으로 지목...석탄 사용 감축 가능할까
퇴출당하는 줄 알았던 석탄의 사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도 코로나19 팬대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수급난으로 작년 석탄 사용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석탄은 발전소 연료와 철강 생산 등에 대량으로 쓰인다. 한국도 지난해 호주와 러시아·인도네시아에서 281억달러(약 35조원)어치의 석탄을 수입했다. 1956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석탄은 산업혁명을 이끌어 인류 역사를 바꿨다. 그러나 불과 200여년 만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석탄은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의 40% 이상을 차지한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최근 미국·유럽의 폭염과 세계 곳곳의 집중호우 등 기상 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시민단체들은 틈만 나면 에너지 기업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주요 연기금과 금융사들은 석탄 투자를 끊겠다고 공언했다. 주요국 정부도 에너지 전환에 동참한다고 선언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석탄 사용량은 약 1.2% 증가해 사상 처음 80억t을 넘었다. 석탄 생산량도 5.4% 늘어난 83억t로 역대 최대였다.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너도 나도 석탄에 눈을 돌린 탓이다. 2020년 이전까지 t당 100달러에도 못미쳤던 석탄값은 작년 9월엔 t당 445달러까지 치솟았다. 친환경 운동에 앞장선 서유럽도 석탄 수입을 늘렸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석탄 수입량은 전년보다 8% 늘어난 4440만t으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한국과 같은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도 호주 뉴캐슬 항구(세계 최대 석탄 수출항)의 프리미엄 석탄에 굶주려 있다”고 전했다.
금융사들의 ESG선언도 이른바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술)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일 비영리 환경단체 우르게발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은행 60곳이 세계 30대 석탄 생산업체의 총 130억달러(약 17조원) 규모 금융조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석탄 채굴 기업이 2019∼2021년 대출로 확보한 총액이 620억달러(80조8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했다.
글랜코어는 캐나다 광물기업 테크리소시스의 석탄 사업부 인수 협상을 벌이는 등 관련 사업을 오히려 확장하고 있다. 기존 발전용 열탄 사업부와 테크리소시스의 제강용 석탄 부문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다만 석탄 사업부는 별도 회사로 분사해 감시를 피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랜코어가 작년 사업장에서 직·간접적으로 3억8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이는 스페인 전체가 배출한 양보다 많은 수준"이라며 "인수 계약이 성공한다면 석탄 생산량이 연간 1억5000만톤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00년대는 과거 40년 간 석탄 수요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석탄 수요가 증가했다. 중국 때문이다. 산업에 동력을 공급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느라 글로벌 석탄 소비 증가의 85%를 차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석탄 소비량은 42억5000만t으로 전세계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해외 자원기업 사냥에 나섰다. 옌저우 석탄은 2009년 호주 석탄기업 엔콜을 27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11년엔 호주 글로스터 석탄까지 잇따라 사들였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석탄 소비 증가가 둔화되자 인도가 공백을 메웠다. 인도 석탄 소비량은 2012년 7억7500만t에서 2022년 11억300만t으로 42% 늘어났다. 인도 재벌 아다니 그룹의 가우탐 아다니 회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인도의 막대한 인구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는 석탄을 당장 없애라고 하는 것은 인도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도 석탄 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올해 석탄 생산량 목표치를 6억9500만t 가운데 5억1800만t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인도네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전력 생산에서 석탄의 비중이 49%에서 61%로 증가했다. 저개발 신흥국의 석탄 소비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석탄의 대체 연료로 꼽히는 LNG는 비싼 LNG선박과 재기화 터미널이 필요한 반면, 석탄은 벌크선으로 운반할 수 있고 사용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친환경 에너지는 가난한 국가에선 언감생심이다.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자율에 의존하는 녹색 금융 선언에 따른 석탄산업 대출 제한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흡연을 억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담배 회사에 금융 지원을 끊는 것이 아니라 담배 구매를 더 어렵고 비싸게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기상 이변 주범으로 지목...석탄 사용 감축 가능할까
퇴출당하는 줄 알았던 석탄의 사용량이 줄지 않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도 코로나19 팬대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수급난으로 작년 석탄 사용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석탄은 발전소 연료와 철강 생산 등에 대량으로 쓰인다. 한국도 지난해 호주와 러시아·인도네시아에서 281억달러(약 35조원)어치의 석탄을 수입했다. 1956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액수다.
석탄은 산업혁명을 이끌어 인류 역사를 바꿨다. 그러나 불과 200여년 만에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석탄은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의 40% 이상을 차지한 최대 온실가스 배출원이다. 최근 미국·유럽의 폭염과 세계 곳곳의 집중호우 등 기상 이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시민단체들은 틈만 나면 에너지 기업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고. 주요 연기금과 금융사들은 석탄 투자를 끊겠다고 공언했다. 주요국 정부도 에너지 전환에 동참한다고 선언했으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유행처럼 번진 ESG선언, 그래도 석탄 업계 '이상 무'
코로나19로 인한 유동성 거품 취한 금융사들은 유행처럼 탄소배출 제로 선언을 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원칙을 발표했다. 2021년에만 세계적으로 200곳 이상의 금융사가 석탄 투자를 제한하기로 했다. 너도 나도 화려한 ESG리포트를 꾸며 환경을 위해 얼마나 힘쓰는지 홍보했다. 한국도 국민연금을 필두로 주요 투자기관들이 ESG투자원칙을 도입했고, 금융지주 산하 은행·증권사 등도 동참했다. 석탄 사업 비중이 큰 삼천리 그룹 ST인터네셔널(옛 삼탄)과 LX인터네셔널(LG상사)도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전면화 했다.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석탄 사용량은 약 1.2% 증가해 사상 처음 80억t을 넘었다. 석탄 생산량도 5.4% 늘어난 83억t로 역대 최대였다.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너도 나도 석탄에 눈을 돌린 탓이다. 2020년 이전까지 t당 100달러에도 못미쳤던 석탄값은 작년 9월엔 t당 445달러까지 치솟았다. 친환경 운동에 앞장선 서유럽도 석탄 수입을 늘렸다. 독일 일간지 빌트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석탄 수입량은 전년보다 8% 늘어난 4440만t으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과 한국과 같은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도 호주 뉴캐슬 항구(세계 최대 석탄 수출항)의 프리미엄 석탄에 굶주려 있다”고 전했다.
석탄 산업을 살린 그린워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와 기업은 ESG는 잠시 뒤로 미뤘다. 에너지난으로 인한 여론 악화를 우려한 정부는 기업들의 석탄 사업을 장려했다. 그러는 동안 세계 최대 광산기업 글랜코어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340억달러(약 45조원)을 쓸어담았다. 수익에서 석탄의 비중이 절반이 넘었다. 한국 LX인터네셔널은 작년 영업이익 9655억원으로 전년 대비 47%나 늘어났다. 인도네시아‧중국‧호주 등의 석탄 광산 수익과 트레이딩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다. ST인터네셔널도 늘어난 유연탄 매출에 힘입어 지난해 순이익이 3942억원으로 전년(1726억원)의 두 배가 넘었다.금융사들의 ESG선언도 이른바 '그린워싱'(친환경 위장술)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일 비영리 환경단체 우르게발트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 은행 60곳이 세계 30대 석탄 생산업체의 총 130억달러(약 17조원) 규모 금융조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석탄 채굴 기업이 2019∼2021년 대출로 확보한 총액이 620억달러(80조8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시중은행들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석탄화력발전소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참여했다.
글랜코어는 캐나다 광물기업 테크리소시스의 석탄 사업부 인수 협상을 벌이는 등 관련 사업을 오히려 확장하고 있다. 기존 발전용 열탄 사업부와 테크리소시스의 제강용 석탄 부문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전략이다. 다만 석탄 사업부는 별도 회사로 분사해 감시를 피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랜코어가 작년 사업장에서 직·간접적으로 3억8000만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이는 스페인 전체가 배출한 양보다 많은 수준"이라며 "인수 계약이 성공한다면 석탄 생산량이 연간 1억5000만톤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탄 사수하는 중국과 인도를 어쩔까
석탄 산업의 부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고 외신들은 입을 모은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석탄 수요 증가를 막기 어렵다는 구조적 원인도 작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석탄 생산에 가세하면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3개 국은 세계 석탄 생산 1~3위를 차지하고 있다.2000년대는 과거 40년 간 석탄 수요를 합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석탄 수요가 증가했다. 중국 때문이다. 산업에 동력을 공급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느라 글로벌 석탄 소비 증가의 85%를 차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석탄 소비량은 42억5000만t으로 전세계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했다. 중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해외 자원기업 사냥에 나섰다. 옌저우 석탄은 2009년 호주 석탄기업 엔콜을 27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2011년엔 호주 글로스터 석탄까지 잇따라 사들였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석탄 소비 증가가 둔화되자 인도가 공백을 메웠다. 인도 석탄 소비량은 2012년 7억7500만t에서 2022년 11억300만t으로 42% 늘어났다. 인도 재벌 아다니 그룹의 가우탐 아다니 회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인도의 막대한 인구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는 석탄을 당장 없애라고 하는 것은 인도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도 석탄 업계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올해 석탄 생산량 목표치를 6억9500만t 가운데 5억1800만t을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인도네시아는 지난 10년 동안 전력 생산에서 석탄의 비중이 49%에서 61%로 증가했다. 저개발 신흥국의 석탄 소비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석탄의 대체 연료로 꼽히는 LNG는 비싼 LNG선박과 재기화 터미널이 필요한 반면, 석탄은 벌크선으로 운반할 수 있고 사용하기도 편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친환경 에너지는 가난한 국가에선 언감생심이다.
글로벌 탄소세가 대안 될까
지구 온도 상승 폭(산업화 이전 대비)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10년 동안 석탄 생산량이 3분의 2 이상 감소해야 한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추세로 보면 석탄 생산량은 감소는 5분의 1 이하로 예상된다.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의 자율에 의존하는 녹색 금융 선언에 따른 석탄산업 대출 제한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흡연을 억제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담배 회사에 금융 지원을 끊는 것이 아니라 담배 구매를 더 어렵고 비싸게 만드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탄소 배출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수입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 국경세'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