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정부 "중국 의존도 높은 기업들, 위험은 알아서 감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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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중국전략 의결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에 '방점'
디커플링 아닌 디리스킹에 '방점'
독일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지나친 중국 의존도의 위험성을 스스로 감당하라"고 경고했다. 그간 독일 안팎에서 계속 제기된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 확대' 등을 외친 독일 기업들을 향해 사실상 최후 통첩을 날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은 이에 따른 더 많은 재정적 위험성을 앞으로 알아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독일 연합정부는 내각회의에서 외무부가 작성한 64쪽 분량의 대중국전략 보고서를 의결했다. 독일 정부 차원에서 마련된 첫 종합적 대중 외교 구상안이다.
베어보크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독일의 에너지 대란을 되새기고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기업의 위험한 결정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들이 호황기에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을 믿으면서 정작 위기가 닥치면 국가에 강력한 개입을 요구하는 식의 접근법은 장기적으로 효과를 지속할 수 없다"며 "전 세계의 경제대국 중 그 어떤 곳도 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고 지적했다.
이날 베어보크 장관의 작심발언은 독일 연정 내부의 정치적 스펙트럼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중국 강경론을 주장하는 녹색당 소속이다. 반면 올라프 숄츠 총리의 사회민주당은 "중국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견해차로 인해 독일 정부의 대중국전략 수립이 장기간 지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대중국전략의 기본 기조는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절연)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경감)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서 독일 정부는 "중국이 '시스템 라이벌'로서 일당독재 체제의 이익에 의거해 내부적으로는 더 억압적으로, 외부적으로는 더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이 국제질서,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시도하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은 세계인구의 60%가 살아 정치·경제적으로 갈수록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해당 지역에서의 사태 전개는 유로·대서양 지역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도·태평양에 긴밀한 파트너들과 함께 군사안보적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의결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대중국전략의 목표가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하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 결정적인 의존을 피할 계획"이라며 "우리에게 있어서 중국은 파트너이자 경쟁자, 체제 라이벌"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3000억유로를 기록했다. 정부 안팎의 계속된 경고장에도 불구하고 독일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폭스바겐, BMW 등 자동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화학기업 BASF와 지멘스등도 최근에도 중국 시장 확대를 공언했다.
독일이 속해 있는 유럽연합(EU)은 2019년 중국을 체제 라이벌로 처음 분류했다. 이후 미국 주도로 '중국과의 디커플링' 개념이 세계를 휩쓸었다. 올해 3월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의 민감한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위험 요인을 제거해나가자"며 디리스킹 개념을 처음 들고 나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