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인도와 반도체 동맹을 결성했다. 1980년대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반도체산업을 부활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를 방문 중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19일 양국 간 반도체 분야 협력 각서에 서명했다. 보조금 지원 대상 정보 공유, 기술·소재 공동 개발,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최적의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달 초 유럽연합(EU)과도 반도체 분야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의 영향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을 틈타 일본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5월 2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협력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반도체업계는 이 합의를 통해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 부활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 IBM과 벨기에 IMEC이 일본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제공하는 근거가 이 합의로 마련됐다. 작년 8월 설립된 신생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가 2027년부터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일본의 전략은 반도체 생산시설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 소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기 위해 업계 재편에도 나서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부활을 위한 10년치 로드맵을 짜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