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사법개편 외면한 시장…이스라엘 주식·채권·통화 폭락
이스라엘 정부가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강행하자 투자자들이 이스라엘 시장을 떠나고 있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이스라엘에 대한 경고를 내놓으면서 주식과 통화 가치, 채권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이스라엘 통화인 세켈의 달러 대비 가치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블룸버그가 추적하는 150개 국가 대비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1세켈당 0.27달러로 약 3년 만의 최저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내각이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한 첫 법안 처리를 밀어붙인 영향이다. 행정부의 주요한 정책 결정을 이스라엘 대법원이 사법 판단으로 뒤집을 수 없도록 한 내용이다. 지난 24일 이스라엘 의회는 사법부 기본법 개정안을 가결 처리했다. 정부의 정책 추진을 견제하는 기능을 없앤 것이다.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전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며 혼돈이 커졌다. 예비군들도 법안이 통과되면 복무를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시민들은 이러한 법안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투자 자석으로서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세켈에 이어 이스라엘의 주가지수인 TA-35도 이날 약 3% 하락했다. 이번주 들어서만 5.4%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자체적으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33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이스라엘의 국제 부채가 이번 주에 미국 달러당 약 97센트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이스라엘 의회가 첫 번째 법안을 통과시킨 후 이스라엘의 국가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향후 몇 달간 이스라엘의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외환 약세와 차입 비용 상승으로 위험 프리미엄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이스라엘에서 사법개편을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긴장이 지속될 위험이 크며, 이는 이스라엘의 경제와 안보 상황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 보고서가 나온 후 네타냐후 총리는 재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일시적인 반응”이라며 “먼지가 가라앉으면 이스라엘의 경제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두바이에 본사를 둔 아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이자 공동 설립자인 사에드 아부카르쉬는 “이번 매도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이스라엘 법률 구조의 전면적인 개편의 초기 단계로 간주될 것이기 때문에 투자 심리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 앤 코의 글로벌 통화 전략 책임자인 윈 씬도 “네타냐후가 이 과정을 끌어냈기 때문에 긴장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시위가 계속되면 상당한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