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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할 수 없는 만년 2인자' AMD, 주가 140달러 뚫을까 [글로벌 종목탐구]
인텔·엔비디아의 '만년 2인자' 설움 딛고
최근 AI 광풍에 신제품 공개하며 경쟁 가세
파운드리의 AI 칩 공급 순항이 관건


반도체 업계에서 '만년 2인자'로 불리는 미국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AMD가 지난 6월 인공지능(AI) 열풍에 가세했다. 엔비디아가 90%에 달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AI용 최첨단 반도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무시할 수 없는 2인자, AMD

AMD 주가는 지난 1일 117.60달러로 올 들어서만 83.69% 상승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생성형 AI 열풍으로 최첨단 반도체인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도 덩달아 특수를 누리면서다. 주력 제품 H100 등을 보유한 엔비디아가 해당 시장의 약 90%를 장악하고 있지만, AMD도 그 뒤를 이어 5%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AMD는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GPU"라며 신형 GPU인 MI300X를 공개했다.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겨냥해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리사 수 최고경영자(CEO)는 "데이터 센터에 들어가는 AI 칩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50%로, 올해 300억달러에서 2027년에는 1500억달러 이상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AI는 가장 크고 전략적인 장기 성장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데 필수적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이를 실행하려면 GPU 여러 개가 필요하지만 AMD 칩에서는 많은 GPU가 필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진=AFP
사진=AFP
AMD는 PC용 중앙처리장치(CPU)와 게이밍 노트북·콘솔용 GPU 등을 설계 및 공급하고 있다. 설립 초기 인텔의 하청업체로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생산하며 성장했지만, 현재는 전세계에서 고성능 CPU와 고성능 GPU를 둘다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로 꼽힌다. CPU 시장에서는 인텔과, GPU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와 동시에 싸우는 유일한 기업이기도 하다. 2017년 선보인 라이젠의 선풍적인 인기를 토대로 현재 CPU 시장에서는 인텔(68%)에 이어 2위 점유율(31%)을 확보하고 있다.

"AI 과열 충당 못할 칩 공급난" 우려도

최근 열풍으로 인해 AI 개발에 필수적인 GPU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서 엔비디아의 H100 가격은 폭등했다. 이는 AMD에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CPU 시장에서 합리적 가격과 뛰어난 성능으로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렸던 경험이 있는 만큼 GPU 시장에서도 똑같은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해 말 본격 출시 예정인 MI300X의 가격이 아직 알려진 않았지만, 최대 192GB의 메모리를 탑재해 H100의 120GB 메모리를 능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 온라인 투자정보 매체 모틀리풀은 "엔비디아의 소비자 부문은 게이밍뿐이고 최근 해당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8% 줄어드는 등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AMD는 엔비디아보다는 AI에 덜 집중돼 있지만 클라이언트(PC용 CPU)·게이밍 등 소비자 부문이 다양하게 구성돼있어 매출 타격 등 위험도가 분산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과도한 AI 열풍으로 엔비디아 주가가 고평가된 만큼 투자자들은 좀더 저렴한 AMD 주식 투자를 통해 AI 수혜를 점진적으로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즈호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훈풍 덕분에 AMD도 혜택을 볼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40달러로 유지했다. 작년 2월 인수한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기업 자일링스를 통해 맞춤형 첨단 칩 설계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게 된 점은 향후 AMD에 또 다른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선 AI 호재가 결국 칩 공급 제약 문제에 발목이 잡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분석가들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칩 수요 가운데 AI 관련 수요는 아직 5%가 채 되지 않고 AI칩은 앞으로도 수년간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업계 매출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며 "열풍에 비해 실제 활용 분야는 아직 미미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업체들이 AI 칩 양산을 늘리려면 엄청난 자본투자도 필요하다. FT는 "AI 칩 설계사들은 애플 같은 고객사와 파운드리사의 자원을 나눠먹기 해야 하는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