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한 2011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피치는 이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했다.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내린 2011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이를 마지막 순간에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AA 또는 AAA 등급을 받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배구조가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피치는 지난 5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면서 향후 등급 전망과 관련해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미국은 2011년에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S&P는 2011년 4월 먼저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를 해결할 만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넉달 뒤인 같은해 8월에 S&P는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로 5일(현지시간) 강등했다.

S&P 역시 당시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S&P는 "미국 정책결정의 효율성·안정성·예측가능성과 정책기관들이 지속적으로 재정 및 경제적 문제들을 다루는 능력이 미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던 4월 18일 보다 더 약화됐다는 판단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S&P는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하며 추가 강등 가능성을 남겨뒀다. 부정적 신용등급 전망은 향후 12~18개월 안에 추가 신용등급 강등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미국 주가가 15% 이상 폭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다만 이번에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은 내리고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