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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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연 3%대 중반까지 떨어졌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다시 연 4%대로 올라 고공비행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도 높은 긴축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본은행의 통화 완화 정책 축소, 미국의 국채 발행 물량 확대 등도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어 스티프닝’ 시작

美 10년 국채금리 급등…고금리 장기화되나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4일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058%로 마감됐다. 전날보다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전주의 3.968%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14년 새 최고치였던 지난해 10월의 4.231%에 근접한 것이다. 반면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791%로 전주의 4.895%보다 하락했다.

뉴욕 월가에선 2년 만기 금리는 하락하는 가운데 10년 만기 금리가 상승하는 현상을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이라고 부르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보통 단기금리는 기준금리에 연동돼 움직이고, 장기금리는 장기 성장률 전망에 따라 움직인다. Fed가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할 때만 해도 2년 만기 금리가 10년 만기 금리보다 높아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경기 침체의 전조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Fed의 긴축은 조만간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베어 스티프닝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 우려가 줄어들면 안전 자산인 장기 국채에 잠겨 있던 시장 자금도 다른 투자처를 찾아 옮겨갈 공산이 크다. 짐 캐런 모건스탠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만일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지 않을 것이라면 누가 10년 만기 채권을 소유하고 싶어 하겠냐”고 말했다.

일본은행 통화 완화 축소도 영향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0년 만기 국채 금리 상한선을 연 0.5%에서 1%로 올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 국채에 투자됐던 엔캐리 자금이 자국 채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서다.

미국 재무부가 3분기 이후 채권 발행액을 더 늘릴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10년 만기 국채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재무부는 재정 수입 감소와 예산 지출 증가 사이의 갭을 메우기 위해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애초 계획한 960억달러에서 1030억달러로 늘리기로 지난 2일 확정했다.

미국 현지에선 미 국채 금리 상승과 관련해 주택 시장 움직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채권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하면 주택 구매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경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30년 장기 모기지의 평균 고정금리는 현재 연 6.9%로, 1년 전의 연 5.3% 수준에서 상승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