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한 사무실 건물 앞에 6일(현지시간) 새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한 사무실 건물 앞에 6일(현지시간) 새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6일(현지시간)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의 한 사무실 건물. 도로변에 있는 큰 ‘리스(임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엔 이전에 사무실로 쓰던 회사 로고가 그대로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 한 블록 지나자 다른 사무실 건물도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 간판을 세워 놓고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주요 도로 중 하나인 로렌스익스프레스웨이와 접한 건물 상당수도 공실 상태였다.

찬바람 부는 실리콘밸리…공실률 21% '사상 최고'
실리콘밸리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공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뤄진 빅테크의 대규모 감원 여파와 벤처캐피털(VC)의 투자 감소, 재택근무 활성화 등 ‘3각 파도’에 상업용 부동산이 직격탄을 맞고 공실률이 역대 최고치로 치솟은 것이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실리콘밸리 사무실 공실률은 21.6%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18.4%)보다 3.2%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공실률이 최고치에 달한 2010년 1분기(19.1%)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새너제이 공항지역이 42.0%로 가장 높았고, 샌타클래라 32.5%, 캠벨과 새너제이 시내가 29.9% 등의 순이었다.

실리콘밸리 전체 빈 사무실 공간은 2분기 183만㎡로 1분기(153만㎡)보다 19% 급증했다. 현지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서면서 사무실 공실 증가에 영향을 줬다”며 “여기에 DX(디지털 대전환) 기술 발전으로 재택근무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기업이 이전만큼 많은 사무실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화상영어 스타트업 링글 튜터의 이승훈 대표는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VC의 투자가 위축됐다”며 “이로 인해 원가 절감에 나선 스타트업이 우선적으로 사무실을 정리하고 위워크와 같은 공용오피스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공실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미국 스타트업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벤처캐피털 투자 총액에서 실리콘밸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본사를 옮긴 영향도 있다. 이 지역의 높은 세금과 임차료 등이 기업을 워싱턴주, 텍사스주, 플로리다주 등으로 밀어내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의 법인세는 8.84%, 소득세는 13.3%로 미국 내 최고 수준이다. 테슬라가 2021년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겼으며 올해도 오라클, 레버X,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등이 텍사스주 오스틴과 휴스턴으로 이사를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