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받아 예금하면 돈 번다"…애플이 뒤바꾼 금융상식
미국에서 대출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예금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고금리 시대에 미국 은행들이 금융업에 진출한 애플에 대응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앞다퉈 올리면서 일어난 일이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온라인 뱅킹 상품인 '마커스'의 예금금리를 사상 최고인 연 4.3%로 올렸다. 미국 내 주택담보대출자 4명 중 3명이 부담하는 대출 금리보다 높은 수준이다.

모기지 정보업체인 블랙나이트 자료를 보면 지난 6월말 기준 미국에서 3900만 가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375%를 밑돌고 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7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자들은 대부분 30년 고정금리를 적용받는다. 지난해까지 연 3%대 금리로 대출을 받아 30년간 동일한 금리를 적용받는다. 반면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급속히 올리면서 예금금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애플이 금융업에 진출하면서 예금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애플은 지난 4월 애플카드 이용자를 대상으로 저축예금 상품인 애플통장을 내놨다. 예금금리가 연 4.15% 수준이다.

이에 은행들도 앞다퉈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외에 바클레이스와 캐피탈원 등도 연 4.3~4.35%의 예금금리를 주고 있다. 일부 지역은행들은 연 5%가 넘는 예금상품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기간 동안 대출금리가 역사적으로 낮아 주택 소유자들이 대부분 연 4% 미만의 금리로 대출받았다"며 "예금금리가 대출금리보다 더 높아진 것은 특이한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