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미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 제한 행정명령의 대상이 ‘첨단기술 매출이 전체의 반 이상’인 중국 기업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과의 관계를 덜 손상시키면서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막는 조치라는 평가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행정명령의 투자제한 대상은 양자컴퓨터 및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부문에서 매출(revenue)의 절반 이상을 얻는 중국 기업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미 기업들이 AI와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보도대로라면 미국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 투자회사들은 중국 기업 중 AI 등 첨단기술 관련 개발에 착수했거나 사업을 운영해도 주요 매출이 다른 부문에서 발생하는 중국 대기업들에 자금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군사용으로 활용될 수 있는 AI 관련 사업과 키 암호화 등 일부 양자컴퓨터 산업, 특정 초고도반도체 대상 투자는 금지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미 정부가 AI 관련 투자에 대해서는 신고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수익을 투자제한 기준으로 삼으면 중국의 초기 스타트업들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미 정부의) 의도적인 조치”라고 분석했다. 다양한 수입원을 기반으로 신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과 달리, 스타트업들은 해당 사업 외 수익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중국의 창의적인 스타트업들이 자체 기술을 개발해 미국의 첨단 산업을 넘어서는 데 미국의 투자자금이 투입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라는 해석이다.

소식통은 또한 행정명령이 실제 발효되기까지 약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규칙을 제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신규 투자에만 적용되는 만큼 해당 기간 동안 이뤄지는 투자도 제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백악관이 논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행정명령을 2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미 기술과 자본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해 미국의 국가 안보 위험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행정명령의 범위를 좁혀 중국과의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도 지난달 “이 행정명령은 ‘좁은 범위’에 적용될 것이며 중국의 투자 환경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