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 존스(왼쪽)와 데이비드 하. (자료=CNBC 방송)
라이온 존스(왼쪽)와 데이비드 하. (자료=CNBC 방송)
구글 출신 기술자 두 명이 일본 도쿄에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차렸다. 이들은 구글의 챗봇 ‘바드(Bard)’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인력들이었다. 이로써 생성형 AI의 단초를 제공했던 논문 ‘어텐션 이즈 올 유 니드(Attention is all you need)’의 저자 8명이 모두 구글을 떠났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구글의 라이온 존스 연구원은 최근 동료인 데이비드 하와 함께 도쿄에 ‘사카나 AI’라는 연구소를 설립했다.

사카나라는 이름은 물고기를 뜻하는 일본어(さかな)에서 따 왔다. “한 무리의 물고기들이 단순한 규칙에 기반해 일관성 있는 실체를 형성하듯” 자연에서 영감을 얻겠다는 취지다. 존스와 하는 진화나 집단지성과 같은 자연적 개념으로부터 자주 영감을 얻어 왔다고 한다. 진화적 원리를 적용, 비용과 보안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AI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존스와 하는 “현재의 AI 모델이 갖는 한계는 다리나 건물과 같이 부러지기 쉽고 바꿀 수 없는 구조물로 설계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며 “집단지성이 지배하는 자연계는 변화에 민감하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면서 주위 환경에 적응한다”고 말했다.

존스는 생성형 AI 혁명의 시작이라고 평가받는 논문을 쓴 8명의 연구원 중 한 명이다. 2017년 6월 발표된 이 논문은 ‘트랜스포머’라 불리는 AI 알고리즘을 제시했다. 주어진 정보를 순차 처리하는 방식이 아닌, 전체 데이터를 한 번에 받아들여 중요 정보를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어텐션’ 딥러닝을 적용한 모델이다. 이를 통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생성형 AI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의 첫 글자인 T가 곧 챗GPT의 T다.

존스는 이 논문을 쓴 저자 중 가장 마지막까지 구글에 남아 있었다. 2012년 유튜브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2015년부터 구글 본사로 넘어가 AI와 자연어 연구에 전념했다. 그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구글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다. 단지 대기업에 대한 피로감일 뿐”이라며 “(구글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뿌리 깊게 관료주의가 구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 “구글이라는 회사 전체가 AI 기술에 매달리고 있는데, 이런 제한적인 구조 때문에 혁신이 더욱 어려워졌다”고도 털어놨다.

하는 지난해 이미 구글을 떠나 AI 스타트업 중 한 곳인 스태빌리티AI에서 연구 책임자로 일해 왔다. 사카나 AI는 오픈AI를 포함해 코히어, 캐릭터.AI, 앤스로픽 등 스타트업들과 경쟁하게 될 전망이다. 코히어를 세운 에이단 고메즈, 캐릭터.AI를 이끄는 노암 셔지어 등이 모두 ‘구글 브레인’ 출신들이다.

존스와 하는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과 관련해 “규모가 너무 커졌고, 다소 관료적”이라며 “구글 내 그룹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픈AI가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다”며 “챗GPT와 달리(DALL-E) 등 성공작들의 개발 소스를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비판했다.

한편 연구소 설립지로 일본을 택한 데 대해 이들은 “북미 시장은 너무 경쟁적”이라며 “수준 높은 기술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데다, 고숙련 인력도 충분한 일본은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비(非)서구 지역에서도 잘 작동하도록 맞춤화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야말로 기술 혁신의 촉매”라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