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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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을 제외한 미국 채권의 실질 금리가 연일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꺾일 줄 모르는 실질 금리 상승세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치솟는 美 국채 실질금리…빅테크 랠리 주춤
미국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팁스) 수익률은 지난 17일 장중 한때 연 1.998%를 찍었다. 2009년 7월 이후 사상 최고치다. 이달 들어서만 2주 새 0.4%포인트 상승했다. 3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 금리도 2011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5년 만기 물가연동국채 금리는 1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경기 침체 우려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실질 금리 급등을 부추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질 금리는 기업들이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금을 조달하는 데 드는 비용을 측정하는 척도다. 실질 금리가 오르면 통상 부채에 의존해 성장 자금을 조달하는 기술기업의 재정에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투자자로서는 주식보다 안전자산인 채권이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성장주·기술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실질 금리 상승은) 나스닥지수가 이달 들어서만 약 6.1% 하락한 이유”라고 전했다. TD증권의 게나디 골드버그 미국 금리전략 책임자는 “실질 금리 상승으로 올해 계속됐던 주식 랠리가 이달 들어 주춤하고 있다”며 “기업의 차입 비용이 실제로 증가하면 자금난에 몰린 기업의 어려움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작년 10월 정점을 찍은 뒤 완화한 금융 여건이 다시 강화되는 추세와도 맞물리고 있다. 이달 들어 골드만삭스의 일일 금융상황지수(FCI)는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했다.

스튜어트 카이저 씨티그룹 주식거래전략 책임자는 “Fed는 작년 3월부터 시작한 고강도 긴축의 효과를 파악하는 지표로서 실질 금리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제 물가 상승 압력이 차츰 약해지면서 Fed가 금리를 충분히 인상했다는 증거로서 실질 금리 흐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