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증권거래소 CEO "엔화 약세 지나쳐…경제 부작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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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지나친 엔저로 일본 경제에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했다. 수입 물가가 급등하며 일본 제조업체들의 비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3일(현지시간) 야마지 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가 너무 떨어져 경제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일본 주식의 매력도가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엔 환율은 도쿄 외환시장에서 최근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45엔을 돌파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시장은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행(BOJ)가 통화긴축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증시에는 일반적으로 호재다. 달러가 기준인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일본 증시 상장사들의 주가가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 올해 일본 증시가 30년 만에 최고 성적을 낸 데도 엔저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그러나 야마지 CEO는 엔화 평가절하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그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원유 등 에너지 품목의 수입비용이 상승하고 있다”며 “전 세계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 같은 기업에게는 엔저가 더 이상 호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일본 증시 호황의 배경에는 엔저 외에도 일본 경제와 시장의 규모, 증권의 유동성, 안정적인 정치 및 규제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다방면에서 갈등이 불거진 중국에 투자했던 글로벌 자금이 다른 투자처를 찾으면서 일본으로 눈이 쏠린 영향도 있다고 평가했다.
야마지 CEO는 일본이 기준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버텨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행은 지난달 장기금리 상한을 연 0.5%에서 1%로 높이며 긴축 신호를 보냈다. 그는 “일본은행은 결국 금리를 인상할 것이며, 시장은 이를 당국이 일본 경제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일본 증시도 그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에너지와 식료품 수입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가계의 주식 투자가 늘고 있다. 일본거래소그룹도 지난 3월 말 기준 주주 수가 13만5000명으로 배 가량 증가했다.
야마지 CEO는 ‘잃어버린 30년’ 동안 현금을 쌓아두었던 기업들도 물가가 더 오르기 전 지출을 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인플레이션은 진짜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